해가 떴다 / 오남희 해가 떴다 / 오남희 엄마라는 둥지를 떠나 찾아온 여섯달 아기 이별이란 슬픔을 울음으로 여덟 시간을 보여주었다 잠이 없어 초롱초롱한 눈 불 끄고 잠자리에 뉘이면 어둠 속에서 혼자 뒤적뒤적 노는 외롭고 안쓰러운 일 년짜리 샛별아기 자장가로 들려준 뻐꾹새 노래 잠자리에서 같이 .. 좋은 시 2018.12.13
행복 / 유치환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릴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 좋은 시 2018.12.12
세월 / 박인수 세월 / 박인수 밤새 초여름 재촉하는 비 내리고 아침 밝아 오메 먹구름 흘러가니 화창한 바람 아카시아 향 풍기며 가는 시절 아쉬워 초록 불꽃 향 피우기 여념 없다 마지막 정수위 바이패스 작업 뒤 이제 해넘이 서쪽 하늘 물들 때 창운 주막 그리움 탁사발 생각 어루만지기 여념 없다. 좋은 시 2018.12.10
이상한 이름 / 박덕규 이상한 이름 / 박덕규 개나리꽃이 뭐람 하필이면 종처럼 생겼으면 '땡땡이꽃'이고 병아리처럼 예쁘면 '삐약이꽃'이지 누가 지었을까 촌뜨기 같은 이름 좋은 시 2018.12.09
수빈을 품에 안고 / 오남희 수빈을 품에 안고 / 오남희 대문 밖에서 식구들이 너를 맞이하려고 꽃불을 켤 때 무지개를 타고 천년의 숨결로 찾아온 너는 이 땅의 사랑스런 꽃이 되었다 두 손을 움켜쥔 채 빨가벗은 몸으로 엄마 탯줄을 꼬옥 붙잡고 행여 놓칠세라 솔바람 꽃향기로 아빠 품에 천사처럼 안긴 아가야 슬.. 좋은 시 2018.12.08
초혼(招魂) / 김소월 초혼(招魂) /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 좋은 시 2018.12.07
맹하 / 박인수 맹하 / 박인수 도봉산 선인봉 출발하여 만장, 자운, 신선대를 돌아 오봉 구름타고 넘나들며 우이암에 앉아 세월 내려다 보면 전설 평화 상징 방학이 사계 광장으로 태어나 우리 앞에 다가온다 초여름 날씨 더위 머금고 초저녁 자연풍은 바닥 분수 물놀이하는 아이들 웃음 미풍 질감 속에 .. 좋은 시 2018.12.05
통학로의 철길 / 오남희 통학로의 철길 / 오남희 하얀 눈이 가볍게 까마득하게 긴 평행선을 돈다 삼촌과 중이짜리 숙질 눈물의 피사체 긴 철로에 앉아 새타령에 시간을 잊고 흥취에 젖어 마음 속에서 빨갛게 꽃불이 잃었던 하굣길 구름이 휘몰아친 어느 날 한치 앞을 모르는 길로 삼촌은 사라졌다 심장이 찢긴 그.. 좋은 시 2018.12.03
빗소리 / 주요한 빗소리 /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 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볕에서도 밤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두운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 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 좋은 시 2018.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