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초혼(招魂) / 김소월

운우(雲雨) 2018. 12. 7. 18:55

초혼(招魂) /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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