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문학 오페라 10

벨칸토와 고전비극

벨칸토와 고전비극 볼테르의 비극 로시니의 오페라 유럽 역사에서 볼테루와 루소의 관계만큼 흥미로운 관계도 없을 것이다. 볼테루가 루소보다 18년 연상이지만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고, 계몽주의 사상기로서 프랑스 혁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젊은 시절 루소는 볼테루를 존경했다. 볼테루가 쓴 책을 모두 읽고 그에게 표현의 명확성과 문체의 우아함을 배웠다. 33살 때인 1745년에는 볼테루가 대본을 쓰고, 라모가 음악을 붙인 오페라 개정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루소는 볼테르에게 그의 대본을 수정해고 좋겠냐는 정중한 편지를 보냈고, 볼테르로부터 그래도 좋다는 답장을 받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나빠진 것은 1754년 루소가 을 발표하고부터였다. 이를 통해 루소가 얘기하고자 한 것은 문명의 발전이 ..

자연주의를 오페라에 담다

륄리와 자연주의를 오페라에 담다 장자크 루소의 오페라(마을의 점쟁이)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은 마리 앙투아네트는 15살 때 프랑스로 시집왔다. 그리고 19살의 어린 나이에 왕비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프랑스 궁정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중 그녀를 가장 불편하게 한 것은 바로 사람들의 눈이었다. 프랑스 궁정에서는 모든 일상이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옷을 입는 것도, 식사를 하는 것도, 죽는 것도, 심지어는 아이를 낳는 것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해야했다. 사람들의 시선에 지친 마리 앙투아네트는 왕궁 외곽에 자신만의 도피처를 만들었다. 루이 16세는 왕으로서의 의무를 해야했지만, 왕비는 이런 의무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때마다 도망쳤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이..

음악과 연극으로 세상을 비웃다

음악과 연극으로 세상을 비웃다' 몰리에르, 륄리의 코메디 발레(서민귀족) 사람에게는 누구나 신분상승 욕구가 있다. 에 나오는 주르댕도 그런 사람이다. 돈은 많지만 교양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 무식쟁이는 자신의 재력에 맞는 품위를 갖추겠다는 일념으로 음악, 무용, 검술, 철학 선생 등을 고용해 귀족의 생활방식을 흉내 낸다. 하지만 워넉 무식한 탓에 그 과정에서 온갖 해프닝이 벌어진다. 주르댕은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오로지 귀족이 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살고 있다. 우리는 그를 통해 인간의 속물근성이 무식과 만났을 때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박장대소하며 배운다. 코미디 발레의 명콤비 을 쓴 극작가 몰리에르는 1622년 프랑스 ..

동화와 풍자가 만나다

샤를 페로의 소설 로시니의 오페라 "옛날 옛적에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왕이 있었네. 짝을 찾아 헤매던 그는 결국 짝을 찾았지."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능력이나 배경으로 상류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여성이 동화 속 주인공 신데렐라처럼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 단번에 인생 역전을 이루고자 하는 심리를 말한다. 이 말처럼 요즘은 신데렐라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신데렐라가 되었다'라는 말의 이면에는 미천한 출신이 반반한 얼굴 하나로 벼락출세했다는 경멸 어린 시선이 숨어 있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나 다 있다. 우리나라의 를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중동, 이집트, 유럽 등에도 이와 비슷한 유형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렇게 ..

세기 말의 데카당스

세기 말의 데카당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리하르토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프랑스 파리 동쪽 끝에 있는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에는 로시니, 쇼팽, 비제, 들라크루아, 아르망, 발자크, 프루스트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와 문인들의 무덤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스카 와일드의 무덤이다. 왜냐하면 공동묘자에 있는 무덤 중에서 유일하게 유리벽에 둘러싸여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1999년, 누군가가 묘지에 붉은 립스틱 자국을 남겼는데, 그것을 시작으로 참배객마다 입맞춤을 해대는 바람에 묘지가 온통 붉은 립스틱 자국으로 뒤덮였다고 한다. 더 이상 무덤이 더럽혀지는 것을 볼 수 없었던 유족과 묘지 관리소 측은 결국 2011년에 유리벽을 세웠다. 하지만 만약 땅속에 누워 있는 와일드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

한여름 밤의 꿈과 환상

세익스피어의 희극(한여름 밤 꿈) 벤저민 브리론의 오페라(한여름 밤의 꿈) "요정들아 날이 샐 때까지 이 댁 방마다 춤을 추어 축하드리자. 우리 두 사람은 신방에 축복을 주련다." 여름은 젊은 계절이다. 인생으로 치자면 한창 혈기왕성한 청년기에 해당된다. 작열하는 태양의 에너지가 생명과 번식의 에너지로 바귀는 계절, 이 계절의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태양이 지고 어둠이 깔리면 신부의 옷자락처럼 육감적이고 신비로운 기운이 대기를 감싼다. 이런 밤이면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기이하고 신비로운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세익스피어의 바로 이런 여름날 밤의 판타지를 펼쳐놓은 작품이다. 여기서 ,한여름 밤'이란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의 전날 밤, 가톨릭 절기로 치면 성 요한제 전날 밤을 ..

음악으로 그린 욕망과 파멸의 드라마

세익스피어의 비극 베르디의 오페라 서양문학사를 통틀어 윌리엄 세익스피어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도 드물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에 비견될 만하다. 세상을 떠난 지 수백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세익스피어는 여전히 우리 삶과 예술 속에 살아 있다. 그의 작품과 관련된 연구와 저술, 공연의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 단행본이 대략 하루에 한 권씩 나오고 있으며, 관련 논문도 매년 수천 편씩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소설, 연극, 시, 영화, 음악들이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특히 문학 분야에서 세익스피어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해도 관언이 아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소위 문학에서 종사하는 사람 치고 그의 작품을 읽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정도의..

슬픈 얼굴의 기사 돈키호테

슬픈 얼굴의 기사 돈키호테 세르반데스의 소설(돈키호테) 맛네의 오페라(돈키호테) 누가 무슨 소릴 해도 젊음은 아름답고 좋은 것. 이 행복이 나를 낙원으로데려갑니다. 유난히 힘든 인생에 대해 얘기할 때 우리는 흔히 "파란만장한 인생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런데 작가 중에서 세르반데스처럼 파란만장한 인생"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도 없을듯 하다. 그는 스스로를 시 쓰는 일보다 불행에 더 이력이 난 인물"로 묘사할 정도로 고난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독서광 세르반테스 미켈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1547, 1616)는 1547년 스페인 마드리드 근교의 대학 도시 알칼라 데 에나레스에서 한 하급 귀족의 일곱 자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떠돌이 의사였는데, 세르반테스..

영욕으로 점철된 대시인의 삶 단테는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1265~1321)는 126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단테의 일생에 대해서는 역시 피렌체 출신으로 단테에 대해 거의 신에 버금가는 존경심을 품고 있던 보카치오의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전기라기보다 자기 고장 출신 시인에 대한 찬사의 성격을 띠고 있어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는 단테를 '피렌체의 영광' 이라고 하면서 그에 의해 죽었던 시가 되살아나고, 이탈리아의 일상어가 알맞은 가락을 갖추게 되었다고 극찬했다. 보카치오는 단테가 48살 때 태어났으며, 단테가 죽었을 때 그는 8살이었다. 겹치는 기간이 8년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한 인물을 관찰하고, 그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갖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하..

오페라로 부활한 지옥의 두 사람

단테의 장편 서사시 중 잔도나이의 오페라 프치니의 오페라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졌던 두려움은 지옥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교회에 가면 주일학교 선생님으로부터 "하나님을 믿어야해.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고통을 당하게 된다."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심지어 어떤 선생님은 죄지은 사람들이 시뻘건 불 속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기도 했다. 어린 아이에게는 열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훨씬 강한 인상을 주는 법이다. 그림을 보고 얼마나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시뻘건 불속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 옆에서 낄낄 거리고 있는 흉측한 악마들의 모습에 온 몸을 떨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그림이 아무리 무시무시하다 한들, 단테가 묘사한 지옥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