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문학 오페라

동화와 풍자가 만나다

운우(雲雨) 2022. 2. 4. 08:30

샤를 페로의 소설<신데렐라>

로시니의 오페라<라 체네렌틀라>

 

"옛날 옛적에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왕이 있었네.

짝을 찾아 헤매던 그는 결국 짝을 찾았지."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능력이나 배경으로 상류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여성이 동화 속 주인공 신데렐라처럼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 단번에 인생 역전을 이루고자 하는 심리를 말한다. 이 말처럼 요즘은 신데렐라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신데렐라가 되었다'라는 말의 이면에는 미천한 출신이 반반한 얼굴 하나로 벼락출세했다는 경멸 어린 시선이 숨어 있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나 다 있다. 우리나라의 <콩쥐팥쥐>를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중동, 이집트, 유럽 등에도 이와 비슷한 유형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렇게 오랫동안 구전으로 내려오던 신데렐라 이야기를 지금과 같은 내용으로 손질해 널리 읽히도록 한 사람은 프랑스의 동화 작가 샤를 페로이다.

 

프랑스 아동 문학의 아버지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 1628-1703는 프랑스 아동문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아동문학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17세기에 예로부터 내려오던 이야기를 새롭게 손질해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동화의 형태로 펴낸 최초의 작가이다. <빨간 두건>, <잠자는 숲속의 공주>, <장화 신은 고양이>, <신데렐라>, <푸른 수염>, <엄지공주>, <다이아몬드와 두꺼비들>, <당나귀 가죽>, <어리석은 세 가지 소원>, 등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샤를 페로의 전공은 본래 법학이었다. 대학에서 법을 공부한 후 변호사와 세금 징수원으로 일하며 틈틈이 작품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교계와 문단에서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1660년 왕을 찬양하는 시를 발표해 왕실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 후 페로는 궁정 최고 실력자인 콜베르의 비호를 받으며 왕실과 군주를 찬양하는 다양한 일에 종사했다. 아카데미 총무, 수로 측량 같은 토목공사, 축재와 음악회 기획, 국가적 기념물에 들어가는 명구 집필, 왕에게 바치는 출판물의 헌사나 머리말을 감수하는 일이 그의 일이었다. 페로는 1668년 콜베르의 추천으로 건설 차관이 되었고, 1671년에는 아카데미프랑세즈 회원에 임명되는 등 공직자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를 누렸다. 하지만 1683년 유력한 후원자인 콜베르가 사망하면서 그의 전성시대도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그 후 페로는 모든 공직을 박탈당했으며, 아카데미프랑세즈에서도 쫓겨났다. 

공직에서 물러난 페로는 문학과 자녀 양육에 전념했다. 그 결과 2695년 <어미 거위 이야기>, 1697년 <교훈을 곁들인 옛이야기>라는 동화집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이 동화집은 프랑스 옛이야기에 페로 자신의 창작을 덧붙여 만든 것인데, 유명한 신데렐라 이야기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페로는 기존에 내려오던 옛이야기의 내용을 순화시켜 어린이에게 적합한 동화로 만들었다.

 

동화로 각색된 신데렐라 이야기

 

샤를 페로 판본의 신데렐라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옛날에 한 여자 아이가 있었다. 불행히도 아이의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얻었다. 새어머니는 의붓 언니들과 함께 아이의 집으로 들어왔는데, 모두들 마음씨가 아주 고약했다. ㅌㅁ만 나면 아이를 괴롭히고 일을 시켰다. 아이는 결국 부엌데기로 전락했고, '재투성이 아이'라는 뜻의 신데렐라(프랑스어로 상드리옹)로 불리게 되었다. 어느 날 궁정에서 무도회가 열렸다. 계모와 언니들은 모두 멋지게 차려입고 무도회에 가지만 신데렐라는 집에 남아 있어야했다. 그런데 그때 신데렐라의 대모가 나타났다. 마슬 부릴 줄 아는 대모는 호박으로 마차를 만들고, 생쥐를 마부로 만들어 신데렐라를 무도회장으로 보냈다. 하지만 마법이 유효한 것은 12시까지, 왕자는 혜성같이 나타난 신데렐라에게 한눈에 반했다. 그러나 시계가 12시를 울리자 신데렐라는 허겁지겁 무도회장을 빠져나왔다. 그러다가 유리구두 한 짝을 떨어뜨렸다. 왕자는 구두의 주인공을 찾아 나서고, 결국 구두의 주인이 신데렐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두 사람은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는 바로 이 샤를 페로의 판본에서 나온 것이다. 페로는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글 말미에 자신의 교훈을 적어 놓았다.

 

여자에게 아름다움은 가장 귀한 보물이지요. 사람들은 여자의 아

름다움을 찬양하는 일이라면 해도 해도 지칠줄을 모르니까요. 그

러나 선량한 인품에서 우러나오는 우아한 아름다움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가치가 큰 법이에요. 바로 대모가 신데렐라에게 갖

게 해준 것이지요. 신데렐라를 훈련하고 가르치면서요. 대모는 그

런 일에 아주 뛰어난 교사였어요. 그래서 신데렐라를 왕비로 만들

어 주었답니다. (우리가 이 이야기에서 얻는 교훈은 바로 그 점이

에요.) 

어여쁜 소녀들이여,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그리고 원하

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선한 성품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을 소유하

는 것이 머리를 예쁘게 꾸미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답니다. 

그런 선한 아름다움은 마법의 요정들이 주는 진정한 축복이지요. 

그런 아름다운 선량함이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요. 그게 있

면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지요.

(또 다른 교훈)

총명하고, 용감하고, 집안 좋고, 교양 있고 그리고 그와 비슷한 여

러가지 다른 재주들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틀림없이 커다란 행운

일 겁니다. 그런 건 하늘로부터 받은 재주들이지요. 그러나 여러

분이 출세하려면 그런 것들을 소유만 하고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

을 겁니다. 그런 것은 허무한 것들이지요. 그런 재주들을 가티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대부나 대모들이 없을 때는요.

 

샤롤 페로의 교훈은 어린이에게 매우 유익한 것 같지만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보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그는 여성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조건으로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착한 마음을 가질 때 이런 아름다움이 더욱 빛나는 법이라고 얘기하지만, 외형적인 아름다움은 여자가 '선한 성품' 이전에 갖추어야할 선행 조건이다. 페로는 이렇게 선한 성품과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으면, 어느 날 요정이 마술을 부려 단번에 왕비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교훈의 요지는 여성의 최대 무기인 매력을 한껏 발휘해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라는 것이다. 페로는 그것이 여자가 성공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물론 외면의 아름다움에 걸맞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목적이 지체 높은 남자와의 결혼이라면, 그 선량한 노력을 입신출세의 노력으로 사용하라고 얘기한다면, 이것을 과연 교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샤를 페로의 <신데렐라>는 입신출세에 누구보다 민감했던 페로 자신의 보수적 가치관을 동화적 버전으로 풀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민담 속의 신데렐라

 

샤를 페로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동화라는 이름으로 순화시켰지만, 실제 이야기는 샤를 페로의 동화만큼 아름답지 않다. 1812년, 그림 형제가 독일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옛이야기를 정리한 민담집을 펴냈다. 여기에도 신데렐라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뼈대는 샤를 페로의 것과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상당히 다르다. 그림 형제는 민담집을 펴낼 때 자신들의 창작을 절제하고, 들은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했다. 민중의 입에서 전해지는 민담은 한 사람의 교양 있는 작가에 의해 잘 다듬어진 동화와는 다르다. 민담은 일체의 가식을 거부하는 민중적 스토리텔링의 의지를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민담의 주인공은 동화 주인공보다 훨씬 주체적이고 적극적이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하기만 하면, 그저 난롯가에 앉아 눈물을 흘리기만 하면, 요정이 나타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나이브한 생각은 민담에서는 안 통한다. 그런 생각은 '예쁜척 하는' 동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은 이보다 훨씬 가혹하다. 

그림 형제의 신데렐라(독일어로 아센푸텔)는 적극적이다. 무도회에 가고 싶다고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밝힌다. 그러자 계모는 이런저런 일을 다 하면 무도회에 가게해 주겠다고 한다. 물론 그 일은 정상적인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신데렐라는 새의 도움을 받아 계모가 시킨 일을 다 해놓는다. 새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여기서 신데렐라는 무도회에 가려고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는 적극성을 보인다.

또한 왕자가 신발의 주인을 찾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도 샤를 페로와 다르다. 여기서 계모는 권력을 얻고자 어떤 잔인한 일도 서슴치 않는 냉혈한으로 나온다. 딸들의 발이 신발에 맞지 않자 딸의 엄지발가락과 뒤꿈치를 자르기까지 한다. 

샤를 페로의 판본에서는 신데렐라가 언니들을 궁전으로 데려와 다른 귀족들과 결혼을 시켜주지만, 그림 형제의 신데렐라는 이렇게 순진하게 끝나지 않는다. 그동안 못된 짓을 밥먹듯 해온 언니들은 비둘기에게 두 눈이 쪼여 평생 장님으로 살아가는 벌을 받는다. 인과응보의 법칙을 철저하게 보여주는 결말이다. 

 

로시니의 신데렐라

 

그동안 <신데렐라>는 미술, 음악, 연극, 발레,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수없이 많은 베리에이션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장르는 다르지만 대개는 샤를 페로의 판본을 바탕으로 한다. 음악 분야에서는 이탈리아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의 오페라 <라 체네렌톨라와 프랑스 작곡가 마스네의 오페라 <상드리옹>이 대표작이다. 하지만 두 작품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마스네의 <샹드리옹>이 샤를 페로의 원작에 요정 장면을 추가함으로써 동화적 환상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라면, 로시니의 <라 체네렌톨라>는 원작에서 동화적인 요소를 완전히 없앤 현실적인 오페라라고 할 수 있다. <라 체네렌톨라>의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는 29세기 전반 유럽무대를 석권했던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이다. 그의 오페라는 재미있는 줄거리와 달콤한 멜로디, 탁월한 무대 감각, 경제적인 짜임새, 뛰어난 관현악법으로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다. 당시 로시니의 인기는  악성 베토벤이 울고갈 정도였다. 그는 1808년부터 20년 동안 모두 37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는데, 그중 상당수가 흥행에 성공한 덕분에 일찌감치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로시니는 39살이 되던 해에 갑자기 오페라 작곡을 중단했다. 그 후 젊은 시절 모아놓은 돈으로 40여 년이 넘는 여생을 놀고 먹으면서 보냈다. 로시니는 선천적인 쾌락주의자였으며, 식도락가였다. 요리에도 취미가 있어 자기만의 레시피를 개발하기도 했는데, '로시니 스테이크'라고도 불리는 '트르네도로시니'를 비롯해 그의 이름이 들어간 요리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로시니는 오페라세리아 와 오페라부파 두 분야에 모두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오페라부파라고 할 수 있다. 로시니에게는 탁월한 유머 감각으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능력이 있었다. 로시니 스스로도 오페라세리아보다 오페라부파를 더 좋아했다. 자신의 기질과 잘 맞았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당시 청중들이 이것을 열렬하게 원했기 때문이다. 

로시니의 오페라는 즐겁고 유쾌하다. 하지만 그냥 즐거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뼈가 있다. 로시니 오페라의 매력은 풍자와 해학을 통한 현실 비판에 있다. 그는 풍자하고자 하는 인물을 졸지에 조롱거리로 만드는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능숙한 솜씨로 귀족들의 허위의식과 위선을 고발하고, 그것을 건강한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1817년 발표한 오페라부파 <라 체네렌톨라>도 그런 작품 중 하나이다. 로시니는 그 동안 동화로만 읽혔던 신데렐라 이야기를 현실 풍자의 소재로 활용했다. 샤를 페로의 판본을 참고는 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참고한 수준일 뿐, 뼈대만 남기고 나머지 것들은 대폭 뜯어고쳤다. 로시니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 무대 위에서 마법이 펼쳐지는 것을 못 견뎌했다. 그래서 마법을 모두 없애버렸다. 현실은 마법이 아니다. 마법이 존재하는 세상에서는 올바른 현실의식을 기대하기 어렵다. 본래 구전으로 내려오는 신데렐라 이야기에도 마법이나 요정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샤를 페로가 이것을 동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집어넣었다고 하는데, 로시니의 오페라는 이런 동화적이고, 비현실적인 요소를 모두 제거해버렸다. 

등장인물에도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계모 대신 계부가 나온다는 점이다. 실제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아버지는 거의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다. 무심한 것인지 무능한 것인지 딸이 계모로부터 구박을 받는데도 아예 존재감이 없다. 반면 계모는 집안의 주도권을 잡고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비단 신데렐라 이야기뿐이 아니다. 동화에서 나쁜 역할은 대부분 계모가 맡는다. 동화에서 계모는 공공의 적이다. 

그런데 로시니는 계모 대신 계부를 선택했다. 신데렐라의 계부는 돈 마니피코 남작이다. 작위를 가지고 있지만 실권은 없는 몰락한 귀족이다. 예로부터 벼락부자나 몰락한 귀족의 허위의식은 풍자의 단골 메뉴였다. 돈 마니피코는 딸을 앞세워 출세를 꿈꾼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꿈일 뿐 현실에서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바로 풍자의 소재가 된다. 로시니가 계모가 아닌 계부를 선택한 것은, 그를 통해 '몰락한 귀족'이 처한 계층 문제를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정의 마법에 빠진 자리에 인간의 계략이 들어간다. 왕자는 진실한 마음을 가진 반려자를 찾으려고 '가짜'를 동원한다. 가짜 거지와 가짜 가짜 왕자인데, 이렇게 가짜를 동원해 '진짜' 신붓감을 찾으려고 한다. 먼저 그는 자기 스승을 알리도록 거지로 변장시켜 신데렐라의 집으로 보낸다. 진실한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다. 당연히 신데렐라 언니들은 거지를 구박하고, 신데렐라는 그에게 친절을 베푼다. 

그 다음에 왕자는 스스로 시종으로 변장하고 신데렐라의 집을 찾는다. 언니들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신데렐라는 그를 진심으로 대한다. 이런 신데렐라의 태도에 왕자는 진정한 사랑을 느낀다. 궁전의 무도회에서 가짜 왕자가 신데렐라에게 구혼하지만 그녀는 자기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며 시종으로 분한 진짜 왕자를 지목한다. 여기서 신데렐라의 태도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회적 지위나 재산보다 진실한 사랑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진실하고 순수한 사랑의 노래

 

신데렐라의 사심 없는 순수한 마음은 1막에서 그녀가 부르는 소박한 노래에 그대로 담겨있다. 

언니 클로린다와 티스비가 거울을 보며 빈둥거리고 있는 동안, 일에 지친 신데렐락 잠시 쉬면서 <옛적 옛적에 어떤 왕이>를 부른다. 

 

옛날 옛적에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왕이 있었네.

짝을 찾아 헤매던 그는 결국 짝을 찾았지.

하지만 세 여자가 모두 그와 결혼하고 싶어 했어.

그가 어떻게 했을까?

화려한 여자들을 놓아두고 

결국 그중에서 가장 순결하고 착한 여자를 선택했지.

 

어떻게 보면 오페라의 주제를 그대로 담고 있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오페라의 여주인공이 부르는 아리아는 대개 화려한 면모를 자랑하는데, 이 노래는 이런 전형적인 프리마 돈나 아리아의 확연한 구분된다. 멜로디가 간결하고 소박하다. 신데렐라는 이 소박한 노래를 통해 자기가 비록 남루한 옷을 입고 있지만 언젠가는 진실한 사랑을 만날 것이라는 믿음을 암시한다. 그 마음을 로시니는 아주 소박하게 그렸다. 이 노래에는 로시니 아리아의 특징인 화려한 16분음표가 나오지 않는데, 신데렐라의 사심 없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로시니도 음악적인 사심을 버린 것이다. 

이 노래는 신데렐라의 소박한 꿈과 남루한 현실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재투성이로 난롯가에 앉아 있는 신데렐라와 무도회에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신데렐라는 음악적으로 다르게 처리된다. 무도회에 나타난 신데렐라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금은 보화를 원치 않아요. 그것은 보잘 것 없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저를 아내로 택하는 분은 친절과 존경, 사랑을 주셔야 합니다.

 

사랑에 대한 생각만큼은 재투성이로 있을 때와 같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모두 무도회에 혜성처럼 나타난 자기에게 놀라움의 시선을 보내고 있을 때, 신데렐라는 자기 생각을 화려한 선율에 실어 자신 있게 노래한다. 하지만 무도회가 끝나고 다시 재투성이로 돌아 왔을 때, 신데렐라의 노래도 다시 앞서 불렀던 <옛날 옛적에 어떤 왕이>로 돌아온다.

 

로시니표 풍자와 해학

 

이 오페라의 주인공은 신데렐라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인물이 있다. 바로 계 부인 돈 마니피코이다. 돈 마니피코는 이 오페라의 또 다른 주제, 즉 귀족층의 허위의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데에 더없이 적합한 인물이다. 1막에서 돈 마니코프는두 딸에게 방금 전 자기가 꾼 꿈 이야기를 한다. 

 

한밤중에 꿈속을 헤매고 있는데, 예쁜 당나귀 한 마리가 나타났어.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 등에서 깃털이 돋아난 거야.

그리고 하늘 높이 올라가 왕좌라도 있는 듯 첨탑 위에 올라가 앉아어.

그 아래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어. 딩동 딩동 딩동 딩도웅.

여기서 즐겁게 울리는 종소리는 기쁜 소식을 뜻해.

깃털은 너희들, 그것이 날아 올라갔다는 것은 너희들의 신분이 

상승했다는 것이지.

그렇다면 당나귀가 남는데, 당나귀는 바로 나야.

 

돈 마니피코의 강력한 신분 상승 의지를 보여주는 노래이다. 그는 두 딸 중 하나를 왕자와 결혼시켜 스러져가는 잡안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음악은 애초에 이것이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여기서 음악은 시종일관 가볍게 흘러간다. 이렇게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음악을 통해 로시니는 자신의 특기인 음악적 유머를 마음껏 즐겼다. 

돈 마니피코와 두 딸이 퇴장 후, 라미로 왕자가 신하의 복장을 하고 들어온다. 신데렐라는 갑자기 등장한 왕자와 부딪혀 커피 잔을 떨어뜨리는데, 놀란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서로가 첫눈에 반한다. 두 사람은 상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이중창<사랑스러움이 그녀의 눈동자에 빛나네>를 부른다. 

이때 궁정 신하들과 왕자로 변장한 하인 단디니가 느린 춤곡풍의 행진곡에 맞추어 등장한다. 그런 다음 <4월의 꿀벌이>를 노래하는데, 서정적이면서도 어딘가 장난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 장난스러움의 이면에 가짜 왕자와 진짜 왕자의 은밀한 공범 의식이 숨어 있다. 단디니를 왕자로 생각한 두 언니는 가짜 왕자의 마음에 들려고 온갖 애교를 다 부린다. 단디니와 신하들이 궁정에서 왕자의 신붓감을 고르기 위한 무도회가 열린다고 하자 남작과 두 언니는 서둘러 무도회에 갈 준비를 한다. 신델렐라가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하지만 남작은 매정하게 거절한다. 왕자의 스승 알리도로가 이 집에 딸이 세 명 있다고 되어 있는데 나머지 한 명은 어디로 갔냐고 묻자 남작은 가짜 눈물을 흘리며 그 딸은 죽었다고 대답한다. 그러고는 기어이 신데렐라만 남겨두고 성으로 떠난다. 혼자 남겨진 신데렐라가 눈물을 흘리는데, 바로 이때 거지로 변장한 알리도로가 들어온다. 그는 신데렐라 앞에서 거지 복장을 벗고 멋진 궁정 신하로 변신한 다음 그녀를 무도회로 데리고 간다. 

궁전에 간 돈 마니피코는 궁정 포도주 관리인으로 임명된다. 대단한 벼슬이라도 한 줄 알고 으쓱해진 돈 마니피코는 거드름을 피우며 신하들에게 이렇게 명령한다.

 

내 말을 받아 적어라. 그리고 이것을 6천 장 만들어라.

나 돈 마니피코는,

아, 그 글자는 크게 대문자로 적어라. 브라보! 바로 그거야.

나 돈 마니피코는 덕망 있는 귀족이며 위대한 관리인이자 지휘자다.

세상 모든 이름에는 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

이제 내 권위로 말하노니 이를 읽는 자는 내 명령을 받들어라.

앞으로 15년간은 절대로 달콤한 와인과 물을 섞지 마라.

만약 그런 짓을 한 자는 잡아서 교수형에 처하리라.

 

돈 마니피코는 이미 와인을 30통이나 마셔 완전히 술에 취한 상태다. 그는 궁정 포도주 관리인을 엄청난 권력으로 알고 자신의 고귀한(?) 명령을 신하들에게 받아 적도록 한다. 신하들은 돈 마니피코를 충실하게 받드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그를 비웃고 있다. 여기서 돈 마니피코는 많은 가사를 빠르게 주워섬기며 노래하는데, 궁정 신하들이 부르는 합창까지 가세해서 아주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치 벌거숭이 임금님을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주는 장면이다. 

한편 궁정의 다른 방에서는 라미로와 단디니가 <부드럽고, 조용하게>로 시작하는 은밀한 대화를 나눈다. 왕자가 단디니에게 두 자매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이야기하라고 명령하자 단디니는 둘 다 거만하고 사치스럽다고 대답한다. 이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대목에서도 음악이 아주 빠르게 진행된다. 다급하면서도 은밀한 분위기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2중창이다. 

이때 두 자매가 들어와 단디니에게 서로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간청한다. 단디니가 둘 중 한 사람에게 라미롤ㄹ 추천하지만, 자매는 평범한 사람과는 절대로 결혼할 수 없다고 거부한다. 이렇게 네 사람이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밖에서 트럼펫 팡파르 소리와 함께 "어서 오십시오."라는 합창이 들린다. 알리도로가 베일을 쓴 신데렐라와 함께 등장하자 모두들 신데렐라의 기품있는 모습에 감탄한다. 

이때 술 취한 마니피코가 들어온다. 그는 베일을 벗은 신데렐라를 보고 깜짝 놀란다. 집에 있는 신델렐라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이 대목에서 두 자매와 남작, 라미로와 단디니, 알리리도로, 신데렐라가 함께 7중창을 부른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일곱 사람들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재미있는 중창이다.

 

익살맞은 베이스, 바소보포

 

무도회에서 절세의 미인이 나타나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을 보고도 돈 마니피코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2막의 첫 장면에서 그는 딸을 왕자와 결혼시켜 권력의 실세가 될 꿈을 꾼다.

 

왕자가 한쪽으로 나를 데려가서 모자를 벗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보인다. 

그대의 고귀한 따님은 제게 주시겠습니까?

자 요긴하게 쓰십시오. 내 손에 금화를 쥐어주며 말이다.

그러면 나는 알겠네, 중요한 문제인가? 얘기해 보세. 이 아이를 궁전으로 데려가게.

고개를 돌리면 향기롭게 매력적인 여인이 한숨 쉬는 내게 고개숙여 절을 하네.

남작님, 그 문제를 기억하시나요?

날 너무도 잘 이해하고 돈 없어도 날 사랑해주지.

그녀는 작은 손을 뻗어 동전을 떨어뜨려 그럼 나는 말하지 널 위해 뭘 못하리.

네게 모든 걸 다 해주마.

정오가 다 되어 일어나면 벨을 울릴 필요도 없어.

침대 주위에 청탁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지.

이 친구는 관직을 원해. 저 친구는 법적인 문제에 대해 의논하고 싶어해.

또 이 친구는 좋은 직업을, 그리고 이 친구는......

세상에! 교수를 하고 싶다네.

브로치 판매의 독점권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뱀장어 낚시 관리권을 달라는 사람도 있지. 주변에 온통 메모와 청탁서, 닭고기, 철갑상어, 술병과 화려한 옷감, 초와 잼. 빵과 파이, 사탕과 과자, 동전과 금화, 바닐라와 커피, 

그만, 그만 이제 그만 가져와, 그만 다들 가주겠나? 이제 제발 그만해.

나는 문을 꽉 걸어 잠그고 더러운 벌레도 귀찮은 인간도 다 못 들어오게 하지. 

여기서 나가라 당장.

 

여기서 돈 마니피코 남작은 남자 중에서 제일 낮은 성부를 노래하는 베이스가 맡는다. 오페라에서 베이스는 대개 어둡고 무거운 역할ㅇㄹ 하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나 늙은 왕, 고승, 신의 우두머리 같은 역할이 주어진다. 하지만 베이스도 음색에 따라 진지한 역, 코믹한 역 등 다양하게 나누어진다. 이 중에서 낮은 음역이지만 가볍고 밝은 음색으로 코믹한 역할에 어울리는 베이스가 있다. 이것을 바소부포라고 하며, '익살맞은 베이스'라는 뜻이다. <라 체네렌톨라>의 돈 마니피코 역은 대표적인 바소부포에 속한다. 

바소부포는 낮은 음역이지만 기교적으로 어려운 빠른 패시지를 노래해야하며, 희극배우 뺨치는 연기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실 <라 체네렌톨라>의 승패는 돈 마니피코 역의 바소부포가 얼마나 노래와 연기를 잘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돈 마니피코는 중요한 역이다. 내용적으로도 그렇지만 음악적으로도 그렇다. 모든 풍자와 해학의 포커스가 그에게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오페라에서 돈 마니피코는 이른바 로시니표 조롱과 비웃음의 집중포화를 받는다.  로시니는 돈 마니피코라는 인물을 통해 신분제도가 서서히 무너져가는 시대에 몰락하는 귀족들이 마지막까지 움켜쥐고 있던 한 줌의 허위의식을 통렬하게 비웃었다. 

샤를 페로의 동화에서는 극적인 반전의 순간에 유리 구두가 나온다. 요정의 마법만큼이나 유리 구두 역시 비현실적인 설정이다. 로시니는 현실적인 사랑의 증표로 유리 구두가 아닌 팔찌를 선택했다. 왕자는 무도회장에 나타난 이름 모를 미녀가 자기에게 준 팔찌와 똑같은 것을 신델레라가 끼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무도회에서 본 바로 그 여자라는 것을 확신한다. 왕자가 신데렐라에게 사랑을 고백하자 모든 사람들이 놀란다. 신데렐라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진짜 왕자라는 사실에 놀라고, 두 언니와 남작은 무도회에 나타났던 여자가 신델렐라라는 사실에 놀란다. 왕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다시 만나 기뻐하고, 단디니는 일이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재미있어 한다. 여섯 사람은 놀라움과 감격이 담긴 6중창을 부르는데, 스타카토의 효과를 교묘하게 살린 아주 재미있는 대목이다.

 

로시니 인기의 비결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는 내용과 음악의 절묘한 결합을 보여준다. 음악적으로 가장 유머러스한 작곡가였던 로시니는 당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베토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불멸의 연인>을 보면 베토벤이 로시니의 가벼운 오페라를 좋아하는 빈 사람들을 비웃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베토벤이 이런 말을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여하튼 베토벤 시대에도 음악의 도시 빈에서 로시니가 상당한 인기를 누린 것이 사실이다.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가 누렸던 인기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빠른 템포의 메시지와 동일한 악구의 무한 반복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구사하는 이른바 '로시니 크레셴도'의 빈번한 사용이 바로 그것이었다. <라 체네렌톨라>를 듣고 있으면, 하나의 아리아에서 동일한 악구가 여러번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멜로디는 다르지만 이런 기법은 그의 희극 오페라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관용적인 어법이다. 이 무한한 반복은 관성의 법칙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처럼 음악에 일정한 속도감을 부여한다. 한번 속도가 붙으면 절대 멈출 수 없다. 감정이 최조에 달할 때까지 무한질주를 계속한다. 

로시니의 오페라에 자주 등장하는 '로시니 크례셴도'는 듣는 사람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고양시키고자 로시니가 특별히 고안한 음악 기법이다. 크레셴도는 '점점 크게'라는 의미지만, 로시니 크레셴도는 단순히 소리만 커지는 것이 아니다. 멜로디와 화성, 리듬의 변화, 다이내믹한 음역과 악기의 조합을 통해 악상의 확대, 감정의 고양을 도모한다. 로시니 크레셴도에는 가속도가 붙기 전에 도움닫기 비슷한 것이 먼저 나온다. 네 마디에서 여덟 마디로 이루어진 이 도움닫기는 세 번 반복된다. 여기서 기본적인 화성,리듬, 멜로디의 패턴이 제시된다. 그런 다음에는 프레이즈의 길이를 두 마디 내지 한 마디로 줄인다. 그리고 이것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이러면 듣는 사람에게 음악의 템포가 빨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여러 사람이 나오는 장면에서도 로시니 크레셴도가 효과적으로 구사된다. 먼저 한 사람이 노래하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이 여기에 끼어든다. 이렇게 한 사람씩 차례로 노래에 가담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합창이 가세한다. 이때 로시니는 오케스트라 악기도 절묘하게 배합한다. 로시니는 어느 순간에 어떤 악기를 써야 가장 효과적인지를 잘 알고 있는 뛰안 직관의 소유자였다. 하나의 음역에서 원하는 기법을 최대한 구사하고 나면 다음에는 다른 음역으로 옮겨간다. 더 높은 음역에서 앞에 나왔던 과정을 반복한다. 

바로 이것이 로시니가 몇 개의 패턴으로 관객들을 흥분시킬 수 있었던 비법이다. 이것은 사람들을 도취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마약, 최면술과 같다. 똑같은 기법인 줄 뻔히 알면서도 거기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든다. <라 체네렌톨라>에서는 1막의 마지막 장면, 즉 무도회에 갑자기 나타난 신데렐라를 보고 등장인물 각자가 자기 생각을 노래하는 대목에서 이 기법이 효과적으로 쓰였다. 

로시니는 음악적 관용어구의 대가이자 달필의 작곡가였다. 한 오페라에서 썼던 기법을 다른 오페라에도 그대로 썼다. 그러니까 단 3주만에 오페라 하나를 뚝딱 작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침대에 누워서 악보를 그리다가 악보가 바닥에 떨어지면 다시 줍기 귀찮아 새로 작곡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이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로시니가 아주 빠른 속도로 작곡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마치 노련한 필사가가 남의 악보를 베끼듯 오페라를 일필휘지로 써내려갔다. 각각의 오페라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애초에 로시니에게 없었다. 그래서 같은 수법을 너무 많은 오페라에서, 너무 자주 사용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신데렐라는 왕자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는 슬프지 않아요>를 부른다. 

 

이제 슬퍼하며 난로 옆에 홀로 앉아 있지 않고 노래를 부릅니다.

내 오랜 상처는 한순간의 번개이고, 꿈이고, 장난이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신데렐라는 오페라의 여주인공에 어울리는 화려한 아리아를 부른다. 마지막에 합창이 가세해서 화려한 피날레를 맺는데, 그 수법이 <세비야의 이발사>에 나오는 로지나의 아리아<방금 그 노랫소리>와 너무나 비슷하다. 확실히 로시니는 자기 표절의 대가이다. 그런데도 들을 때마다 마법에 걸린 듯 그 속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로시니 음악의 특징인 무한 반복의 미학에 중독되었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