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의 희극(한여름 밤 꿈)
벤저민 브리론의 오페라(한여름 밤의 꿈)
"요정들아 날이 샐 때까지 이 댁 방마다 춤을 추어 축하드리자.
우리 두 사람은 신방에 축복을 주련다."
여름은 젊은 계절이다. 인생으로 치자면 한창 혈기왕성한 청년기에 해당된다. 작열하는 태양의 에너지가 생명과 번식의 에너지로 바귀는 계절, 이 계절의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태양이 지고 어둠이 깔리면 신부의 옷자락처럼 육감적이고 신비로운 기운이 대기를 감싼다. 이런 밤이면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기이하고 신비로운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세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은>바로 이런 여름날 밤의 판타지를 펼쳐놓은 작품이다. 여기서 ,한여름 밤'이란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의 전날 밤, 가톨릭 절기로 치면 성 요한제 전날 밤을 말한다. 서양 사람들은 예로로부터 이날 밤에 기이하고 신비로운 일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숲속의 요정들은 일 년 중 가장 성대한 향연을 벌이고, 처녀들은 그 충만한 정기를 받아 사랑의 점을 쳤다.
세익스피어 최초의 낭만 희극
세익스피어가 언제 <한여름 밤의 꿈>을 썼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작품은 세익스피어가 쓴 최초의 낭만 희극으로 대략 1594년에서 1595년 사이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흔히 세익스피어 하면 <햄릿>이나 <오셀로>같은 비극을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그는 희극에서도 매우 뛰어난 작품을 남겼다. <한여름 밤의 꿈>도 그중 하나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테네의 공작 테세우스는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타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은 불과 며칠 후면 결혼식을 올리는데., 테세우스는 히폴리타에게 왜 이렇게 시간이 느리게 가느냐고 조바심을 낸다. 바로 이때 이지어스가 들어온다. 그는 딸 허미아가 자기 말을 거역하고 다른 청년과 결혼하려한다면서 공작에게 재판을 청한다. 사실 허미아는 라이샌더라는 젊은이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딸을 드미트리우스라는 청년과 결혼시키려 한다. 드미트리우스 역시 허미아를 사랑하지만, 허미아는 그에게 관심이 없다. 이지어스의 하소연을 들은 공작은 아버지의 말을 따르도록 허미아를 설득하지만 허미아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자 공작은 며칠 시간을 줄테니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한다. 바로 이 자리에서 라이샌더와 드미트리우스는 허미아를 차지하려고 싸움을 벌인다. 이렇게 두 남자의 사랑을 함몸에 받고 있는 허미아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처녀가 있다. 바로 헬레나이다. 그녀는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오로지 허미아만 쫓아다닌다.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하면 허미아는 아테네의 법에 따라 평생 수녀원에서 독신으로 살거나 아니면 사형에 처해진다.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할 수도 없는 일, 결국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사랑의 도피를 계획한다. 아테네의 법이 미치지 못하는 먼 곳에 라이샌더의 고모가 살고 있는데, 그곳으로 도망가서 함께 살기로 한 것이다. 허미아로부터 두 사람의 계획을 전해 들은 헬레나는 이 사실을 드미트리우스에게 알린다. 드미트리우스가 허미아를 쫓아 숲으로 들어가자 헬레나 역시 그를 따라 숲으로 들어간다. 그 숲에는 요정의 왕 요베론과 요정 여왕 티타니아가 살고 있다. 현재 이 두 사람은 사이가 아주 나쁜 상태다. 티타니아가 아주 귀여운 인도 소년을 데리고 왔는데, 오베론이 그 소년을 달라고 했지만 티타니아가 거절했기 때문이다. 심술이 난 오베론은 여왕을 골려주려고 한다. 그는 장난꾸러기 요정 퍼크를 불러 마법의 꽃을 꺾어오라고 한다. 그 즙을 잠든 사이 눈에 바르면 사람이든 짐승이든 잠에서 깨어나 처음 보는 것을 열렬하게 사랑하게 된다.
오베론이 숲에서 퍼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쌍의 남녀가 숲으로 들어온다. 바로 헬레나와 드미트리우스이다. 헬레나는 드미트리우스에게 열렬하게 구애하고, 드미트리우스는 매몰차게 거절한다. 그것을 보고 오베론은 헬레나가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퍼크가 마법의 꽃을 가지고 오자 그것을 아테네 복장을 한 젊은이 즉 드미트리우스의 눈에 뿌려주라고 지시한다. 퍼크는 숲을 돌아다니다가 아테네 복장을 한 젊은이가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눈에 마법의 꽃즙을 뿌린다. 하지만 그것은 드미트리우스가 아니라 라이샌더였으며, 그 후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고 만다.
전날 밤 허미아와 멀찌감치 떨어져서 잠이 든 라이샌더는 이튿날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때마침 자기 앞에 나타난 헬레나를 보고 그녀에게 열렬하게 사랑을 고백한다. 이것을 보고 오베론은 퍼크를 나무라고 이번에는 제대로 드미트리우스의 눈에 꽃즙을 바르고, 잠에서 깨어난 드미트리우스는 헬레나를 열렬하게 사랑하게 된다. 졸지에 두 남자로부터 동시에 사랑 고백을 듣게 된 헬레나는 당황하고, 이 모든 것이 자기를 모욕하고자 꾸민 일이라고 생각하며 화를 낸다.
이렇게 두 쌍의 젊은이가 퍼크의 실수로 사랑의 갈등을 겪고 있는 동안, 숲속으로 또 다른 사람들이 들어온다. 마을에 사는 목수 피터 퀸즈, 직조공 니크 보텀, 풀무 수선공 프란시스 풀루트, 땜장이 톰 스타우트, 가구공 스너그이다. 이들은 테세우스 공작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공연할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다른 팀도 참가하는데, 비밀이 새어나갈까봐 아무도 없는 숲에서 연습하기로 한 것이다. 한편 퍼크에게 마법의 꽃을 받은 러베론은 티타니아가 잠든 사이 그녀의 눈에 꽃즙을 바른다. 그동안 퍼크는 연극 연습을 하러 들어온 보텀을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괴물로 변한 보텀의 얼굴을 보고 친구들이 모두 도망간 사이 그를 잠자고 있는 티타니아 곁에 데려다놓는다. 이윽고 잠에서 깨어난 티타니아는 보텀과 열렬한 사랑을 나누고, 오베론은 괴물과 사랑에 빠진 티타니아를 보고 고소해한다.
하지만 이런 줄거움도 잠시 뿐, 얼마 지나지 않아 오베론은 티타니아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다. 보텀에게 흠뻑 빠진 그녀가 인도 소년을 그에게 주었기 때문에 섭섭한 마음도 이미 사라진 상태다. 결국 오베론은 티타니아의 마법을 풀어주고, 퍼크는 괴물로 변한 보텀을 예전의 모습으로 돌려놓는다. 그 후 친구들에게 돌아간 보텀은 공연 준비에 합류한다.
오베론은 타니아와 화해하고, 두 쌍의 남녀 사이에 생긴 엄청난 오해와 혼란도 해결한다. 네 사람이 잠든 사이에 마법의 꽃즙은 제대로 뿌려 라이샌더는 허미아를, 드미트리우스는 헬레나를 사랑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해서 뒤죽박죽되었던 연인 관계가 원만하게 정리된다.
드디어 테세우스 공작의 결혼식 날이 되었다. 숲에서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사랑을 찾은 허미아와 라이샌더, 헬레나와 드미트리우스 커플은 공작 커플과 함께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보텀 일행이 어렵사리 준비한 연극을 관람한다. 피로연이 모두 끝나고 신랑 신부가 잠자리에 들 때, 오베론과 타니아, 요정들이 등장해 이들의 앞날을 축복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퍼크가 나와 이 모든 것이 연극이었다는 에필로그를 덧붙인다.
음악적인 구성
<한여름 밤의 꿈>의 이야기 구조는 다분히 음악적이다. 여러 개의 성부가 각기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는 다성음악의 그것괴 비슷하다. 처음에 테세우스와 히폴리타가 나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은 본격적인 음악이 시작되기 앞서 연주되는 서주에 해당된다. 이어서 전개되는 세 개의 사건, 즉 퍼크의 실수로 우여곡절을 겪는 허미아와 라이샌더, 헬레나와 드미트리우스의 사랑 이야기와 요정 왕 오베론과 요정 여왕 티타니아가 인도 소년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갈등, 평범한 마음 남자들의 좌충우돌 연극 공연기는 본곡에 해당된다. 여기서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독립적인 성격을 갖고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된다. 그 전개 방식이 세 개의 독립된 성부가 동시에 움직이는 다성음악과 비슷하다.
여기서 아테네 젊은이들, 요정 여왕과 왕, 마을 남자들, 이 세 그룹은 얼핏 보면 서로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이들이 겪는 갈등은 모두 누군가의 개입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오베론이다. 라이샌더와 허미아, 헬레나와 드미트리우스 사이에 혼란이 빚어진 것도, 티타니아가 괴물로 변한 보텀을 열렬하게 사랑하게 된 것도, 보텀이 괴물로 변해 친구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든 것도 모두 오베론 때문이다. 세익스피어는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는 무기로 오베론의 마법을 사용했다. 오베론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등장 인물 뒤에 숨어 이들의 삶을 조종한다. 모든 혼란과 갈등이 마법에서 시작해 마법으로 끝나는데, 그런 의미에서 오베론의 마법은 극을 이끌어 나가는 보이지 않는 동력인 동시에 극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다성 음악의 공통 주제, 공통 조성과 같은 것이다.
등장 인물들의 사연은 서로 다르지만, 모든 것은 사랑, 꿈, 환상이라는 공통 주제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 환상은 나중에 행복한 결혼이라는 현실의 피날레로 이어진다. 끝이 추가된 퍼크의 에필로그는 정서적인 마무리, 음악으로 치자면 후주와 같은 것이다. 이렇게 모든 것을 음악처럼 처리한 구성의 묘가 돋보이는 작품이 바로 세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이다.
<햄릿>이나 <맥베스>같은 비극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세익스피어는 심리 묘사의 대가이다. 그는 등장 인물의 내면 깊숙한 곳, 때로는 그 밑에 숨겨진 무의식까지 치열하게 파고든다. 하지만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세익스피어의 특기인 심리 묘사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등장 인물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치열하거나 내밀하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운명의 가혹한 힘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지역, 요정의 마법이 꿈처럼 펼쳐지는 한여름 밤의 숲은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기에는 적당한 장소가 아니다. 대신 세익스피어는 분방한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력, 재기 발랄한 유머로 심리묘사의 빈 공간을 채웠다. <한여름 밤의 꿈>은 세익스피어가 비극뿐만 아니라 희극에도 매우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마을 남자들이 좌충우돌 끝에 무대에 올린 피라무스와 티스바의 사랑 이야기는 보는 사람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여기서 무생물인 벽이나 달에 인격을 부여해 대사를 하게한다거나 사자 역을 맡은 배우가 관객에게 자기는 실제로는 사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장면은 시대를 앞서가는 파격적인 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0세기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세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은 오랫동안 오페라 작곡가들의 러ㅂ콜을 받지 못했다. 1692년 바로크 시대의 영국 작곡가 헨리 피셀이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요정여왕>을 썼지만, 이것은 발레가 결합된 일종의 세미 오페라였다. 또 1848년에 나온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은 오페라가 아닌 연극의 부수 음악이었다. 16세기 말에 쓰인 세익스피어의 희극이 본격적인 오페라로 만들어지기까지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다. 바로크와 고전, 낭만 시대를 거쳐 20세기의 중반을 넘어선 1960년에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에 의해 비로소 오페라로 탄생했으니 그 탄생의 과정이 참으로 지난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벤저민 브리튼(Benjamin Britten. 1913~1976)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 작곡가이다. 서양 음악 역사에서 영국은 변방에 속한다. 음악의 역사를 바꿀 정도의 무게감 있는 작곡가를 별로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내세운 사람이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 헨델인데, 사실 헨델은 독일 사람이다. 나중에 영국으로 귀화했지만 순수한 영국 작곡가라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음악의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면하게 해준 작곡가가 바로크 시대의 헨리 퍼셀과 20세기의 벤저민 브리튼이다. 영국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작곡가 두 사람이 모두 세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곡을 붙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벤저민 브리튼은 1913년 영국 서퍽 로스토프트에서 태어났다. 소프라노 가스였던 어머니를 통해 음악에 눈떴던 그는 런던 왕립음악학교에서 작곡과 피아느를 공부했다. 한때 쇤베르크와 베르크의 전위음악에 흥미를 느꼈으나 이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오스트리아 찰츠부르크페스티발에서 <프랑크 브리지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이후 오페라, 관현악, 실내악, 성악 등 다양한 장르에 많은 작품을 남겼다. 브리튼은 예술가의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양심적인 이유로 종군을 거부하고 미극으로 건너갔다. 그러다가 1947년경 영국으로 돌아와 해안가 마을인 올드버러에 정착했으며, 그 이듬해부터 해마다 자기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주하는 올드버러 음악제를 열었다.
오페라로 탄생한 <한여름 밤의 꿈>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은 이 음악제를 위해서 작곡한 것이다. 음악제의 근거지인 주빌리 연주홀이 보수공사를 마치고 1960년 6월 새로 문을 열 예정이었는데, 브리톤은 이것을 기념하고자 새로운 오페라를 계획했다. 하지만 개관 예정일까지 일 년도 남지 않았고, 새로 주제를 정하고 대본을 쓰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파트너인 테너 피터 피어스와 의논해 세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평소에 <한여름 밤의 꿈>을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브리튼은 선뜻 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음악적으로 볼 때 벤저민 브리튼은 보수적인 작곡가에 속한다. 작품에서 가끔 12음 기법이나 무조 같은 현대적인 기법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그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조성 체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형대 음악계를 풍미하던 여러 경향과 조류로부터 자유로웠을 뿐만 아니라 음악적 정체성을 영국적인 것에서 찾으려는 민족주의적인 자세도 고집하지 않았다. 기법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색채적인 관현악법과 감각적이고 날카로운 표현력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냈다. 브리튼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은 20세기 오페라 치고 매우 온건한(?) 작품이다.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나열로 이루어진 낭만주의 오페라와는 확연히 구별되지만, 그렇다고 ,환상,을 포기한 것은 아니며, 그 환상은 대개 음색의 감각적인 조합을 통해 구현되었다. 브리튼은 등장인물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여기에 각기 다른 음향적 색채를 부여했다. 요정 세계는 하프와 첼레스타, 글로켄슈필, 벨트라이앵글 같은 밝은 금속성 악기로,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은 현악기와 관악기로, 마을 남자들은 낮은 음역의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로 표현했다.
배역을 정할 때도 음악적인 면을 고려했다. 요정의 왕인 오베론은 카운터테너, 여왕 타타니아는 콜로라투라소프라노, 요정들은 보이소프라노가 맡는데, 모두 높고 밝은 음색을 내는 배역들이다. 이들의 목소리에 금속성의 타악기와 하프 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전체적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했다.
이런 요정 세계와 대조를 이루는 것이 인간세계이다. 세쌍의 연인과 마을 남자들은 테너, 바리톤, 베이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같은 통산적인 인간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여기에 역시 오케스트라의 전형적인 악기인 현악기와 관악기, 타악기가 결합되어 현실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오페라 대본은 벤저민 브리튼과 테너 피터 피어스가 함께 썼는데, 데체로 세익스피어의 원작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다만 처음에 나오는 테세우스 공작의 궁궐 장면을 생략하고 바로 요정이 나오는 숲속 장면에서 시작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신비로움으로 가득찬 요정의 숲
막이 오르면 무대 위에 숲속이 펼쳐진다. 신기하고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하지 전날 밤의 숲속이다. 어스름한 달빛을 받으며 나무들이 서 있고, 그 사이에 짙은 안개가 피어오르듯 낮은 음역의 현악기들이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미끄러지듯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환상적이라기보다 음산하고 기괴하다. 숲 전체가 마법에 걸린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초자연적인 힘의 지배를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이 기이한 음향은 비단 이 장면뿐만 아니라 다른 장면에도 수시로 등장한다. 장면과 장면 사이를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하고, 전체를 관통하는 음향적 배경의 역할도 한다. 기능적으로 보면 오베론의 마법과 비슷하다.
무대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그룹은 요정들이다. 먼저 요정 역할의 보이 소프라노들이 나와 금속성의 타악기와 스네어드럼에 맞추어 <산을 넘고 골짜기를 지나Through the forest have l gone>를 부른다.
산을 넘고 골짜기를 지나
가시덤불을 헤치고 찔레를 지나
뜰을 가로지르고 울타리를 넘어
여울을 헤치고 불길을 뚫고
달님보다 더 빨리
어디든지 간다네.
풀밭에 이슬을 뿌리며
요정나라 여왕님의 분부를 받든다네.
이어 장남꾸러기 요정 퍼크를 보고 요정들이 노래한다.
네 모습이나 모양을 보니 내가 잘못보지 않았다면 너는 필시 로빈
굿펠로우라고 불리는 장난끄러기 요정이 틀림없으렸다. 뱃돌을 저절로
돌게하고, 마을 처녀들을 놀라게 하고, 우유를 젖고 있는 아낙네들에게
다가가 우유 찌꺼기를 슬쩍하고, 맥주에 거품이 일지 않게 하고
밤길 가는 사람을 헤매게 만든 다음 깔깔거리며 웃는 바로 그 장난꾸
러기가 바로 너지?
요정 퍼크가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장면에서 트럼펫과 스네어드림이 등장하는데, 트럼펫의 익살스런 멜로디에서 장난끄러기 퍼크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일반적인 오페라에서 주인공을 보필하는 역할은 대개 바리톤이 맡는다. 하지만 여기서 오베론을 보필하는 퍼크는 성인 남자가 아닌 어린 소년인데, 노래를 부르지 않고 연기만 한다. 브리튼은 퍼크의 캐릭터를 세익스피어의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표현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소년, 장난꾸러기지만 악의라고는 전혀 없는 캐릭터로 그린 것이다. 브리튼은 스톡홀름을 여행하다가 놀라운 재주를 가진 서커스단 소년을 본 적이 있는데, 바로 이 소년의 모습에서 퍼크의 캐릭터를 착안했다고 한다. 퍼크가 노래를 부르지 않기 때문에 그의 캐릭터는 그가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트럼펫의 익살스러운 소리가 대신한다.
퍼크에 이어 요정의 왕과 여왕인 오베론과 티타니아가 등장한다. 여기서 오베론은 카운터테너가 맡는다. 바로크 오페라를 제외하고 사실 오페라에서 카운터테너가 주인공을 맡는 경우는 드물다.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브리튼이 오베론 역을 카운터테너에게 맡긴 것은 요정 세계와 인간 세계를 구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다. 비록 남자지만 요정이라면 테너, 바리톤보다는 가볍고 여성스러운 음색의 카운터테너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남성이면서 여성의 소리를 낸다는 성적 모호성 역시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진 신바감을 조성한다. 또한 함께 연주하는 악기와의 조화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요정 세계를 대표하는 하프, 첼레스타, 벨, 글로켄슈빌, 트라이앵글의 밝고 가볍고 영롱한 음색에는 아무래도 카운터테너의 목소리가 더 잘 어울린다.
인도 소년 때문에 사이가 안좋아진 오베론과 티타니아는 만나자 마자 싸운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이 싸움이 그렇게 치열하게 그려져 있지 않다. 장식음이 많은 화려한 멜리스마(한 음절에 여러개의 음이 들어가는 것.)와 콜로라투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티타니아가 양보하지 않자 화가 난 오베론은 퍼크를 불러 마법의 꽃즙을 구해오라고 한다. 오베론이 파크에게 은밀한 지시를 내리는 동안 첼리스타가 요정의 비밀스러운 방울인듯 미묘하고 영롱하게 울린다. 그 후 오베론은 <나는 둑을 알고 있지.I know a bank>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이것은 헨리퍼셀<장미보다 더 달콤하게 Sweeter than roses>라는 노래를 패러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정 나라의 음향적 신비로움은 티타니아가 요정들의 합창을 들으며 잠자리에 드는 장면에서도 빛을 발한다. 티타니아가 청아한 목소리로 요정들에게 잠자리를 준비하라고 명령하면, 요정들이 주변의 동물들을 물리면서 <너 방울뱀아 You spotted snake>를 부른다.
얼씬도 하지 마라.
도룡농아 도마뱀아 장난을 치지 마라.
우리 요정 여왕 곁에 오지 마라.
아름답게 노래하라.
나이팅게일이여
달콤한 자장가를 불러주렴.
자장자장 잘자라.
자장자장 잘자라.
재앙도 주문도 요술도
우리 여왕 곁에 찾아들지 마라.
좋은 꿈을 꾸며 잘자라.
거미줄을 치지 마라.
긴 다리 거미들아 저리 가거라.
까만 딱정벌레들도 얼씬 마라.
벌레들도 달팽이들도 물러가거라.
아름답게 노래하라. 나이팅게일이여
당콤한 자장가를 불러주렴.
자장자장 절자라.
자장자장 잘자라.
재앙도 주문도 요술도
우리 여왕 곁에 찾아 들지 마라.
좋은 꿈을 꾸며 잘 자라.
여기에 첼리스타와 실로폰 같은 금속성 타악기와 우드블록이 가세한다. 이 노래를 들으며 티타니아가 오베론이 마법의 꽃즙을 가져와 그녀의 눈에 바른다. 오베론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앞에 나왔던 타악기의 신비하고 영롱한 울림이 마법의 주문처럼 은밀하게 울린다.
소박하고 원색적인 인간 세계
요정 세계를 상징하는 음향이 타악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반면, 사랑하는 연인들이 등장하는 인간 세계의 음향은 목관악기와 현악기가 담당한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악기의 쓰임새가 확연히 구분된다. 남녀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할 때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소리를 내지만, 서로 반목하고 싸울 때는 자극적인 불협화음으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하지만 이보다 상황이 더 심각할 때는 난데 없이 금관악기가
등장한다. 헬레나와 싸우던 자신의 인간성에 대해 얘기하자 분노를 폭발시킨다.
뭐 내 인간성이 어떻다고? 아 그래, 그럴 테제.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거군.이제 알겠어. 이 여자는 우리 키를 비교하고 싶은 거야.자기 키가 크다고 자랑하고 싶었던 거지. 그리고 그 늘씬한 자태로, 그 큰 키로 그이의 마음을 빼앗았던 거야. 내가 난장이 똥자루지만 해서 네 콧대가 그렇게 높아졌나? 내 키가 작으면 얼마나 작다고 그렇게 잘난 척이야? 넌 페인트 칠한 장대 같잖아. 내 키가 얼마나 작지? 말해봐. 얼마나 작으냐고? 아무리 작아도 손톱으로 네 눈알을 후밀 정도는 돼.
허미아가 화가 나서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고 헬레나에게 원색적인 말들을 쏟아낼 때는 목관악기나 현악기를 모두 버리고 원색적인 트롬본을 사용했다. 트롬본이 특유의 저음으로 정제되지 않은 말을 쏟아내는 허미아의 눈노에 가담한다.
이렇게 금관악기는 이 오페라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것, 소박한 것, 인간적인 것을 대변한다. 마을 남자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금관악기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관악기 중에서도 특히 트롬본이 많이 쓰이는데,이 악기는 음색이 둔하고 묵직하며 미세한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남성적이며 서민적이다. 여기서 트롬본의 쓰임새는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보텀 일행이 숲에서 연극 연습을 할 때 트롬본 소리가 배경으로 깔리는데. 마치 실력없는 아마추어 악단이 아무렇게나 연주하는 것같이 들린다. 노래와 음악적으로 별 상관이 없는듯 낮은 음에서 붕붕거린다. 하지만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소박한 배경음악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마지막에 부르는 중창은 음악적으로 매우 정교하게 짜여 있다.
가장된 서투름의 음악적 유머
3막은 결혼식 피로연에서 마을 남자들이 올리는 연극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연극 장면은 오페라에 또 다른 재미를 주는 대목이다. 세익스피어의 말을 빌리면, 이들은 아테네에서 힘든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날품팔이들이다. 평생 머리라고는 써본 적이 없는 이들이 생전 처음 기억력이라는 것을 동원해 대사를 외웠다. 원작에는 이 연극이 "젊은 피라무스와 그의 연인 티스비에 대한 길고도 짧은 이야기" "매우 비극적인 희극"이라고 나와 있다. 길면서도 짧고, 비극적이면서 희극인 피라무스와 티스비의 이야기는 돌담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이 막간극에서 스나우트라는 이 사람, 돌담역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 돌담에는 구멍, 즉 벌어진 틈이 있지요. 이 벌어진 틈새로 피라무스와 티스비가 몰래 사랑을 속삭였습니다.
그러고서 스나우트는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펴서 돌담 사이에 난 틈새를 만든다.나중에 피라무스와 티스비가 바로 이 손가락(실제로는 돌담 틈새)을 사이에 두고 사랑을 속삭이는 것이다. 여기서 돌담역을 맡은 스나웉의 노래는 조야하기 그지없다. 이어 파라무스 역의 보텀이 등장한다. 보텀은 과장된 목소리로 티스비에 대한 열정을 노래하는데, 트롬본이 낮은 음역으로 피라무스의 노래에 배경을 깔아준다.
오! 무서운 밤이여! 칠흑처럼 어두운 밤이여! 해가 지면 늘 찾아오는 밤이여! 오! 밤이여! 오! 밤이여! 티스비가 약속을 잊었으면 어쩌지? 우리 집과 그녀의 집을 가로막고 있는 너 돌담이여! 오! 사랑스럽고 정다운 돌담이여! 오! 돌담이여! 오! 돌담이여! 틈새는 어디냐?내 눈으로 보련다. 어서 보여다오.
돌담 역의 스나우트가 검지와 중지를 펴서 틈새를 만들어주면, 피라무스가 손가락을 눈에 갖다 댄다. 그러다가 티스비가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을 한다. 이어 티스비가 등장하는데, 이때 하프 반주에 맞추어 프루트가 아주 아름다운 멜러디를 연주한다. 온갖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찬 이 장면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음악처럼 들리는 대목이다. 너무나 정상적이어서 오히려 생경하게 느껴질 정도다. 두 사람은 돌담을 사이에 두고 애타게 사랑을 나누다가 밤에 나이니의 무덤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이로써 돌담의 역할은 끝났다. 돌담은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 퇴장한다. 곧이어 사자가 등장해 베이스드럼 반주에 맞추어 용맹한 자태를 자랑한다.
다음 차례는 달빛이다. 달빛은 랜턴을 들고 등장해 어두운 무덤가를 비춘다. 피라무스와 티스비가 밀회를 나누기로 한 그 장소이다. 곧 앞에 나왔던 풀루트의 아름다운 멜로디에 맞추어 티스비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녀는 곧이어 사자의 공격을 받는다. 놀란 티스비는 망토를 떨어뜨리고 달아난다.
그 후에 등장한 피라무스는 티스비가 떨어뜨린 피 묻은 망토를 보고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피라무스는 티스비가 없는 세상은 살 의미가 없다며, 가지고 있는 칼로 자기 자신을 찌르고 쓰러진다. 바로 그때 티스비가 돌아와 쓰러진 피라무스를 붙들고 절규한다.
내 님이시여, 일어나세요. 자고 있나요? 오! 세상에! 죽었나봐. 피라무스! 일어나세요.
이 대목은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루무어의 루치아>에 나오는 <광란의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라 한다. <광란의 장면>은 신혼 첫 날 밤 실성해서 남편을 칼로 찔러 죽인 루시아가 피투성이가 된 채 부르는 아리아다. 초인적인 기교를 필요로 하는 화려한 콜로라투라 아리아인데, 플루투가 소프라노와 함께 기교적인 선율을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브리튼은 바로 이 장면을 패러디했다. 티스비가 심각한 표정으로 비통한 마음을 노래할 때 플루트가 함께 기교적인 선율을 연주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 다음 티스비가 피라무스의 죽음을 슬퍼하는 본격적인 비가를 부르는데, 노래의 멜로디는 전형적인 비가지만 반주는 우스꽝스러운 불협화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부조화가 바로 유머의 핵심이다. 노래를 부른 후, 티스비는 피라무스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결말, 말 그대로 비극적인 희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연극은 ,비극적 희극,이라는 매우 모순된 제목을 갖고 있는데, 제목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음악도 그렇다. 이 장면의 음악은 세련되면서도 유치하고, 전문적이면서도 아마추어적이다. 배역을 맡은 가수들 역시 실제로는 뛰어난 오페라 가수지만 일부러 노래를 못 부른 척한다. 오케스트라 역시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브리튼은 뛰어난 솜씨를 뽐내다가도 중간중간 실력없는 작곡가 흉내를 내기도 한다. 음악이 워낙 이상하게 흘러가다 보니 티스비가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플루트의 정상적인 선율이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이것은 작곡가와 가수의 본래 실력이 아니다. 중간에 나오는 절묘한 다성 중창과 아카펠라는 이들이 실제로는 뛰어난 가수라는 것을 암암리에 보여준다. 그럼에도 아마추어인 척하는 이 ,가장된 사투름,은 일종의 음악적 유머인 셈이다.
피로연이 끝나고 신혼부부들이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낮의 떠들썩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또 다시 감미롭고 신비한 요정들의 세상이 열렸다. 오베론과 티타니아가 요정들을 데리고 나타나 이제 막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세 쌍의 신혼부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요정들아, 날이 샐 때까지Now until the brcakday>를 부른다.
요정들아. 날이 샐 때까지
이 댁 방마다 춤을 추어 축하드리자.
우리 두 사람은 신방에 축복을 주련다.
태어날 아이에게도 영원한 축복이 있으라.
세 쌍의 신랑신부여백년해로하여라.
태어날 아이들의 신체에 천생의 결함이 없도록
사마귀 언청이 흉한 흠 등
태어날 때부터 세상 사람들이 불길하다고 혐오하는 흠으로
자손들이 상심하지 않도록 해주어라
요정들아 제각각 들판의 감로를 따다가
궁궐의 방마다 뿌려주어
축복해주어라.
이 댁 주인도 축복을 받고
영원히 행복하시라.
뛰어가라.
머뭇거리지 마라.
동이 트면 만나자.
퍼크의 에필로그
요정들이 퇴장하면 퍼크가 마지막으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희 배우들은 그림자입니다. 여러분들을 언짢게 했더라도 이렇게 생각해주세요. 잠시 졸고 있는 동안 꿈을 꾼거라고요.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질 겁니다. 초라하고 허황된 연극이지만 한낱 꿈에 불과하니 너무 꾸짖지는 말아주세요. 너그럽게 봐주신다면 앞으로 고쳐나가겠습니다. 저 퍼크는 고지식해서 만약 의외로 분에 넘치는 행운으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있다면 다음에는 더 훌륭한 연극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거짓이라면 소생을 거짓말쟁이라고 부르셔도 좋고요. 그럼 여러분 박수 부탁드립니다. 퍼크가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안녕히.
퍼크의 말대로 단지 한여름 밤의 꿈일 뿐. 뼈저리는 사랑의 고통도, 가슴 쓰라린 연인의 배반도 모두 다음날 아침이면 사라져버릴 ,일장춘몽,이거늘, 어쩌면 우리 젊음도 그렇게 무엇인가에 홀린 채 후딱 지나가 버리는 ,한여름 밤의 꿈,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세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처럼 그렇게 딜콤하고 환상적인 꿈을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그토록 짧은 우리의 젊음도, 그토록 짧은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허무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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