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563

오늘 / 장귀녀

오늘 / 장귀녀 오늘의 삶은 유예의 삶, 기회의 삶, 아담의 허리에서 잃어버린 영원한 생명 되찾을 선택이 주어진 기간, 잠시 머물다 흙으로 가야하기에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질 또 다시 없는 금싸라기 찰나 베푸신 사랑에 녹아내려 자아는 산산이 부서지고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 그 품에 안겨 밀어 나누고, 사랑과 자비, 공의와 은혜 벅찬 눈물로 깨닫게 된 분량만큼 그분 형상 내 속에 회복되어 가리. 내 안에 재창조의 역사 일어나면 하늘나라는 이 땅에서 이미 시작된 것, 이 모든 일 이루신 그분, 내 안에 계신 그분 직접 뵈올 그날 사모하는 기다림 속에 영속될 새 자녀의 노래로 진정한 감사의 찬양을 연습하는 시간.

좋은 시 2022.07.04

염원 / 장귀녀

염원 / 장귀녀 오소서 메말라 터지고 갈라진 바닥 깊이 켜켜이 쌓인 오물들 말끔히 씻기어 흐르게 하소서 비 되어 오소서 구름 속에 내비친 말간 햇살에 반짝 반짝 물무늬 빛나도록 덩실 덩실 춤추어 새롭게 흐르리이다. 오소서, 오소서 쓸라미 매미합창 드높은 한 켠에 혼이 담긴 물소리 되어 겸허한 감사의 노래로 흐르리이다. 오소서, 오소서, 비 되어 오소서 한 줄기 시원한 바람 나뭇잎에 서성이는 파란 하늘 마주하고 이제는 사랑과 소망으로 넉넉히 흐르게 하소서.

좋은 시 2022.06.29

여인 / 장귀녀

여인 / 장귀녀 양수 터지고 급습해대는 하늘이 뒤집히는 진통! 왜? 선악과 먼저 먹은 죄? 남자보다 더 큰 벌? 지금 난 왜여자란 말이야? 통한의 몸부림은 새 생명 안는 순간 사라지고 솟구쳐오는 사랑! 사랑! 쓰다듬고 보듬는 손길 따라 묻어나는 마음, 장 삭듯 마음도 삭아 깊디 깊은 부모 사랑을, 이제사 그 고마움에 가슴 저미고! 내 아이 귀하듯 남의 아이도 하나같이 모두 빛나는 보석인 것을...! 몸으로 부딪혀 이제야 사랑의 본질 더듬어 가는 길 불 밝힌, 아, 그 사랑! 해산의 고통은 저주가 아닌 축복이었어라!

좋은 시 2022.06.23

억새 2 / 장귀녀

억새 2 / 장귀녀 황금빛 너울 대는 들녁 나락일링 거둬놓고 볏짚일랑 하얀 계란처럼 동그란 알이 되고 깨 털어 기름 짜고 가루도 내었겠다 주렁주렁 껍질 벗은 감 천장에 달리고 허리 묶은 배추는 속알 재우기 여념없네 이리 저리 튀던 메뚜기 떼 쌍쌍이 노닐던 잠자리 떼 아직도 눈에 선하여 뙤약볕 모진 비바람 함께 헤쳐 온 추억 속에 뿌듯함이 자꾸만 배불러와 지난날 아픔조차 감사로 영그는 자리 욕심도 연민도 교만도 허세도 훌훌 벗고 영혼의 순수 앞에 불어라, 오너러! 어허이, 어허이! 붉은 노을 가득 열어제친 가슴에 한바탕 어깨춤 추어보세 가슴마다 흔들어 감사와 기쁨 솟구치게 장구소리 높이고 북소리 돋우어라 신바람 난 억새 혼을 다해 춤춘다 하얗게 하얗게

좋은 시 202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