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억새 2 / 장귀녀

운우(雲雨) 2022. 6. 15. 17:43

억새 2 / 장귀녀

 

황금빛 너울 대는 들녁 

나락일링 거둬놓고 볏짚일랑 

하얀 계란처럼 동그란 알이 되고 

 

깨 털어 기름 짜고 가루도 내었겠다

주렁주렁 껍질 벗은 감 천장에 달리고

허리 묶은 배추는 속알 재우기 여념없네

 

이리 저리 튀던 메뚜기 떼 

쌍쌍이 노닐던 잠자리 떼 

아직도 눈에 선하여

 

뙤약볕 모진 비바람 함께 헤쳐 온 추억 속에 

뿌듯함이 자꾸만 배불러와

지난날 아픔조차 감사로 영그는 자리 

 

욕심도 연민도 교만도 허세도 

훌훌 벗고 영혼의 순수 앞에 

불어라, 오너러! 어허이, 어허이!

 

붉은 노을 가득 열어제친 가슴에 

한바탕 어깨춤 추어보세

가슴마다 흔들어 감사와 기쁨 솟구치게

 

장구소리 높이고 북소리 돋우어라

신바람 난 억새 혼을 다해 춤춘다

하얗게 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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