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563

억새 / 장귀녀

억새 / 장귀녀 황금빛 너른 들녘 기계차 지나간 자리 볏짚만 남은 메뚜기도 잠자리도 가버린 하늘에 매달린 감도 사라진 된서리에 알몸 호박 댕그런 뙤약볕도 모진 태풍도 함께 헤처온 추억이 이리도 가슴에 선한데 고달픔도 행복으로 영글었건만 외로움만 남는 자리 이제는 새롭게 맞아야 할 생명의 환희 진실한 영혼의 비상 그 신비의 아픔조차 감사로 한 올 한 올 겸비의 옷깃 여민 채 외로움도 잊어야 할 애달픔도 비워야 할 미련 마저 버려야 할 자신마저 부서져야 할 억새는, 억새는 피빛 노을 속에서 찬바람 스산한 마음을 하얗게 하얗게 몸살로 비질하고 있다.

좋은 시 2022.06.05

아버지! / 장귀녀

아버지! / 장귀녀 아버지! 오늘 아침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열린 하늘이 바늘 끝이라도 닿으면 쨍 소리 울릴 듯한 이렇게 쾌청하고 상큼한 날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길목에서 곱게 물든 단풍이 이리도 아름답건만 세천사마을의 가을은 황폐하고 스산하여 인적이 끊겨가고 있습니다. 아버지! 이 동네 사람들이 아버지의 사업에 관심과 열정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과 열정 속에서 행여나 십자가의 순결함 외에 자신을 위한 불순한 찌꺼기가 하나라도 나ㅑㅁ아있다면 기꺼이 내버릴 수 있는 용기를 허락하소서 아버지! 이 동네를 소생시켜 주소서. 이 동네 주민들로 하여금 위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주님의 모습만을 따라하게 하소서 하찮아 보이는 어린아이의 말조차 귀기울이셨지 입 봉하도록 명하시거나 가로채지 않으셨나..

좋은 시 2022.05.16

성소 건설 / 장귀녀

성소 건설 / 장귀녀 광야 여정 고달픈 길에 주께서 함께 하시려 거하실 성소 그 성소 기꺼워 백성은 금, 은, 동 청색 자색 홍색실 가는 베실 염소털 수양가죽 해달가죽 조각목과 향품 온갖 보석과 재능기부 넘치도록 즐거이 드렸네! 내 삶의 여정 속에 내 안에 지어지는 성소 나의 눈과 입 귀 재능, 성품, 의지, 시간 나의 모든 것이 즐거이 아름답게 주의 뜻대로 이루어지이다!

좋은 시 2022.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