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서갱유 / 오남희 분서갱유 / 오남희 책을 불태우고 산채로 학자들을 묻은 낙뢰보다 무서운 진시황 용암보다 뻘건 마에 불길이 흐른다 산천은 의구한데 사후 십오 년 선홍색 불길로 타오른던 붉은 독선이 재로 스러지는 허무 피땀에 저린 서민의 고통으로 화려한 죽음의 천년요새를 쌓게 했던 지칠 줄 모.. 좋은 시 2020.01.02
까치와 딱따구리 / 박덕규 까치와 딱따구리 / 박덕규 비 내리는 밤 까치는 나무구멍 집 딱따구리를 부러워하고 별 뜨는 밤 딱따구리는 나뭇가지 높은 집 까치를 부러워 하네 좋은 시 2020.01.01
이별가 / 박목월 이별가 / 박목월 뭐럭카노, 저 편 강기숡에서 니 뭐럭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좋은 시 2019.12.30
내 이름 내 이름 / 화운 임승진 이을 承 보배 珍 보배롭게 살아가라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 사는 일이 순탄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길목마다 도사린 시험 피할 수도 없다 단 한 번 주어진 목숨 뜻있게 살기 위해서는 헛된 일에 마음 기울이지 말아야 할 일 보배로운 삶에는 고난도 따르게 되니 끝.. 좋은 시 2019.12.29
장봉도 / 박인수 장봉도 / 박인수 갯내음 삼목 선착장 바람 타고 가슴속 메아리치니 다시 가고픈 추억의 인어상 흔적들 산행 들머리 올라 애증의 그림자 삼성정 팔각정에 비출 때 붓끝으로 썰물 밀어버리니 뻘 물결로 솟아 오른 국시봉 마음의 빗장 푼다 지나온 말문 고개 푸른 향기 위 하얀 꽃 구름 흐르.. 좋은 시 2019.12.28
산정호수 / 오남희 산정호수 / 오남희 -졸업여행- 이십여 년을 기다려준 맑고 잔잔한 겨울 산정호수 살얼음이 앉은 석양햇살은 해조음이 일면서 반짝이고 있다 호수는 그대로인데 많이 변해있는 호수 주변과 아름들이 소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나이는 어디로 가고 이십대 여대생이 된 우리는 참새처럼 즐겁.. 좋은 시 2019.12.27
외할머니 / 박덕규 외할머니 / 박덕규 귀 어두운 외할머니 생신날 이모가 금반지 끼워드리며 큰 소리로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합니다." "그려 그려 나 귀 안 먹었어." 날 더러 금자탑 되라고 엄마 아빠는 굄돌이 되지요 좋은 시 2019.12.25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샇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 좋은 시 2019.12.23
하얀 걸음 / 화운 임승진 하얀 걸음 / 화운 임승진 타는 가뭄에 목마르다가 선들바람 몰려오더니 통곡 어린 소나기 울 아버지 무덤가에 산안개로 피어올라 메말랐던 초목을 적신다 불현듯 오셨다가 어이 서둘러 가시는지 산 너머 또 산인데 불러도 응답 없이 가신다 좋은 시 2019.12.22
가거도 / 박인수 가거도 / 박인수 국토 최서남단가거도 기암절벽 밑 에메랄드빛 바다 몸 가누기 어려운 매서운 바람 벗 삼아 섬등반도 전망대 오르니 구글도 내 손안에 잡힌다 페교 추억어린 기억 세월의 냄새 오월 하늘로 모락모락 피워 오르고 해조음 정갈한 숨소리 귓가 맴돌 때 독서는 마음의 양식 동.. 좋은 시 2019.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