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서갱유 / 오남희
책을 불태우고 산채로 학자들을 묻은
낙뢰보다 무서운 진시황
용암보다 뻘건 마에 불길이 흐른다
산천은 의구한데
사후 십오 년 선홍색 불길로
타오른던 붉은 독선이 재로 스러지는 허무
피땀에 저린 서민의 고통으로
화려한 죽음의 천년요새를 쌓게 했던
지칠 줄 모르는 붉은 꿈을 그 나라에서 꽃 피웠을까
노랗게 지친 핏기 없는 지하
죽음을 잊은 표정 없는 수많은 병사들이
시궁창 천년 진시황의 탐욕을 게워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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