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의 굴절로 / 오남희 햇살의 굴절로 / 오남희 첫눈이 허공을 난다 까마득한 평행선엔 눈송이 대신 슬픔의 피사체가 맴돈다 철모르던 시절 주거니 받거니 서툰 신고산 타령에 어깨춤 추던 어느 초겨울의 하굣길 오늘따라 눈이 심란하다 예고 없이 떠나간 그 사람 텅 빈 통학로의 긴 철길은 햇살의 굴절로 스산.. 좋은 시 2019.12.08
그리움 / 유치환 그리움 / 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도 더욱 더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드매 꽃같이 숨었느냐 좋은 시 2019.12.04
저녁 비 / 화운 임승진 저녁 비 / 화운 임승진 지친 하루 퇴근길에 한 잔 걸치고 흥얼흥얼 풀어내는 고달픈 노래 추적추적 흥건해도 안 그런 척 한평생 마를 새 없는 아버지의 삶 좋은 시 2019.12.03
노천탕 / 박인수 노천탕 / 박인수 물안개 피어오르는 새벽녘 폭포 암반 옆 청송향 피우고 돋보기 세상 시름 상처 어루만지는 곳 길 떠난 나그네 시름 마음속 풍경 어루만져주니 물속 폐부 진공 상태 스쳐 지나치는 그림자 춤춘다 어제 저녁 달빛에 적신 머리 추억 안은 한 등 밑 병풍 물에 시상 무르익는다.. 좋은 시 2019.12.01
이별의 제전도 없이 / 오남희 이별의 제전도 없이 / 오남희 햇살과 바람으로 어우러진 긴 여정 속에 함께한 정원과 감나무 풀빛 어우러진 정든 별자리 뒤에 두고 뒤뚱거리던 아기들 발자국이 아비가 되어 만리장성을 쌓던 꽃피었던 집 이제 이별의 강을 건넌다 방울방울로 얼룩진 손때 묻은 세간들과의 이별에 먼지와.. 좋은 시 2019.11.30
휘파람을 불어다오 / 유안진 휘파람을 불어다오 / 유안진 이 허황된 시대의 한구석에 나를 용납해 준 너그러움과 있는 나를 없는 듯이 여기는 괄시에 대한 보답과 분풀이로 가장 초라하여 아프고 아픈 한 소절의 노래로 오그라들고 꼬부라지고 다시 꺾어들어서 노래 자체가 제목과 곡조인 한 소절의 모국어로 내 허.. 좋은 시 2019.11.28
술(酒) / 화운 임승진 술(酒) / 화운 임승진 아버지의 둘도 없는 단짝 친구 매일 밤 기분 좋게 곤드레만드레 참으세요! 오늘 밤은 어머니의 끓는 가슴 터져버리면 어쩌시려고요! 좋은 시 2019.11.27
젊은 할매집에서 / 박인수 젊은 할매집에서 / 박인수 손을 벗이라고 부산 손맛의 고집을 이어 지난 세월 그리워 밥 한 수저에 겉절이 도톰하게 밥을 뜨면 고달픈 하루의 설음을 투명한 술잔에 비치고 정이 솟는 부산 젊은 할매의 막말 스쳐 지나가는 걸음 길 잿빛 하늘 사이로 전봇대 위에 걸쳐있는 어둠에 세월의 .. 좋은 시 2019.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