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563

가을 단상 / 장귀녀

가을 단상 / 장귀녀 하얗게 흘러가는 조각구름 어디론가 홀딱 마음을 훔쳐 달아나고 물결치는 황금 들녘 노를 져 지평선을 내닫는다 그리움 따라 길어진 목 코스모스 높푸른 하늘을 우러르고 빛 고운 단풍 한 잎 두 잎 시가 되어 발밑에 쌓인다. 농익은 가을볕은 시각잔치 미각잔치 한창인데 풍요 속에 더듬는 가슴 가을이 되고픈 텅 빈 영혼 타는 목마름일랑 어이할거나 이 계절 가면 어김 없이 삭풍에 시달릴 겨울 성큼 다가올 터인데 어디인가 어디쯤 서있는가.

좋은 시 2021.10.01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 시며 쉴만한 물가으로 인도하 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 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 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 로다.

좋은 시 2021.09.17

대추 한 알 / 장석주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 저 안에 태풍 몇개 저 안에 천둥 몇개 저 안에 벼락 몇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달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좋은 시 2021.09.14

어우렁 더우렁(만해 한용운)

어우렁 더우렁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의 소풍 길에 우린 어이타 인연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꿈 인듯 접고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그 뻔한 길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후회 했겠지! 노다지 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 처럼 주렁한 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리 어이 인연 맺어졌으랴, 한 세상 세 살다 갈 소풍 길 원 없이 울고 웃다가 말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단 말 빈 말 안되게 어우렁 더우렁 그렇게 살다 가보자

좋은 시 2021.09.12

슬픈 유월

슬픈 유월 세월가니 뜨락에 핀 화려했던 빨간 장미도 퇴색되어 땅에 뚝뚝 떨어진다. 세월 앞에 장사없다더니 장미의 화려함도 그 도도함을 잃고 슬프게도 지고 있다. 그 화려한 세계적인 꽃들 클레오파트라, 양 귀비, 오드리 헵번, 마랄린 몬로의 공통점은 장미같이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신이 주었지만 그 아름 다움을 영원히 간직할 능력은 주지 않았기 에 그들도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것이 다. 오늘도 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장미의 꽃잎을 보며 내 사랑하는 친구들이 내 곁은 하나 둘 떠나는 것 같아 슬픈 유월 이다.

좋은 시 2021.09.04

깊은 밤 별과 친구 되어

깊은 밤 별과 친구 되어 여름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 베란다에 나와 하늘을 보니 산마루에 별 하나 떠있다. 이제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길가엔 지나는 행인의 발길도 끊겼다.산마루에 떠 있는 별 이 외로운지 나보고 친구하자고 깜빡깜빡 신호를 한다. 너도 외롭니 나도 외롭다 우리 친구하자. 하고 속삭이는 것 같다. 저 별도 나와 같이 외톨인가 보다.

좋은 시 2021.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