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 / 장귀녀 하얗게 흘러가는 조각구름 어디론가 홀딱 마음을 훔쳐 달아나고 물결치는 황금 들녘 노를 져 지평선을 내닫는다 그리움 따라 길어진 목 코스모스 높푸른 하늘을 우러르고 빛 고운 단풍 한 잎 두 잎 시가 되어 발밑에 쌓인다. 농익은 가을볕은 시각잔치 미각잔치 한창인데 풍요 속에 더듬는 가슴 가을이 되고픈 텅 빈 영혼 타는 목마름일랑 어이할거나 이 계절 가면 어김 없이 삭풍에 시달릴 겨울 성큼 다가올 터인데 어디인가 어디쯤 서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