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둘목을 건너 / 오남희 울둘목을 건너 / 오남희 쳐진 몸과 머리가 무겁다 천길 나락으로 가라앉는 혹독하게 치루고 온 긴 여정의 가시밭길 어느 새 정점을 도달한 현실이 어제인 양 아스무르한데 꿈꾸던 구심점은 나를 허탈하게 하였다 고양이 목에 딸랑이를 거는 심정으로 여한 없이 사년의 열정을 바쳤다 어.. 좋은 시 2020.04.21
낙조 그리고 실미도 / 안재찬 낙조 그리고 실미도 / 안재찬 해는 수평선을 떠나면서 하혈을 한다* 바다는 비란내 나는 핏물을 몸속에 가득 가두어 배를 불리고 만만 년 생명의 젖줄이 된다 수성의 깃발 어스름에 고요롭게 나부끼는 실미도 성의를 입고 노량진에서 한여름날 국방제복을 불태운 눈물 없는 원혼의 제단.. 좋은 시 2020.04.20
씨앗 / 화운 임승진 씨앗 / 화운 임승진 깜깜한 골방에 삶의 기억들이 잠들어 있다. 어머니의 추억과 그의 어머니의 아픔 또 그의 어머니의 눈물까지 입 다문 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통이 있었다면 한 生으로 족하지 그대로 이어서 대물림하지는 말아야겠다. 지나온 발자취 일랑 허물치 말고 다음 생을 향.. 좋은 시 2020.04.18
태화산자락 / 박인수 태화산자락 / 박인수 가을 나뭇잎 떨어지는 호젖한 산사길 가는 걸음 계속 물소리 어우러져 오색 잔칫집 향기 따라 극락교 건너 솔바람 길 돌다리 위에 서서 가는 세월 붙잡아 주머니 속에 넣어 본다. 좋은 시 2020.04.17
신의 선물 / 오남희 신의 선물 / 오남희 야삼경에 떠있는 초승달같이 쪽빛하늘 동그란 보름달같이 가없는 사랑의 꽃 아가들 옥토끼나라에서 고운 무지개로 내려와 나비 풀무치가 춤을 출 때 덩달아 울리는 까르르 웃음소리 삐지고 토라져도 맑은 모습 속엔 돌배꽃 닮은 순백의 영혼 이 땅에 머물러 어둠을 .. 좋은 시 2020.04.15
겨울, 죽어야 산다/ 안재찬 겨울, 죽어야 산다 / 안재찬 1 눈송이가 대지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 핏빛 물들은 십자고상 눈길로 2 칼바람이 폭포수 발을 묶어 버렸다 빙벽 등골은 대상포진으로 욱신거리고 좋은 시 2020.04.12
분꽃 / 화운 임승진 분꽃 / 화운 임승진 뉘엿뉘엿 서산으로 해 기울자 배시시 미소 짓는 작은 얼굴 함지박 끼고 우물가에 앉아 저녁쌀 씻느라 분주한 어머니 어둑어둑 땅거미 내려앉으면 안마당에 모깃불 피워놓고 나물반찬 푸짐한 시골밥상에 뜰아래 꽃밭에도 웃음 한가득 좋은 시 2020.04.08
태화산 자락 / 박인수 태화산 자락 / 박인수 가을 나뭇잎 떨어지는 호젓한 산사길 가는 걸음 계속 물소리 어우러져 오색 잔칫집 향기 따라 극락교 건너 솔바람 길 돌다라 위에 서서 가는 세월 붙잡아 주머니 속에 넣어 본다. 좋은 시 2020.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