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 / 오남희 여정 / 오남희 -캘리포니아 어둠을 털며 일어나는 풀빛 숨결, 아침 햇살로 빛은 푸른 생명들이 싱그러이 꿈틀댄다 내 곁을 스치는 한 순간의 설레는 바람처럼 풀 한 포기 딱정벌레가 그리운 민둥산에서 실 비단 운무를 헤치고 내 방을 찾아와 뜨겁게 입맞춤 해준 캘리포니아 이역만리 아.. 좋은 시 2019.11.02
바지랑대 / 박덕규 바지랑대 / 박덕규 곁가지 가족 모두 떠나보내고 날마다 까치발로 마당에 서서 앞 산 마루 동네로 오늘 길 목 길게 빼고 바라보는 할아버지 좋은 시 2019.11.01
산 / 김광섭 산 / 김광섭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뎄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틀만 남겨놓고 먼 산 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 둥이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 속에서도 흙 한줌.. 좋은 시 2019.10.31
앞서지 못할 사랑 / 화운 임승진 앞서지 못할 사랑 / 화운 임승진 어버이 앞서가시네 그 뒤를 순순히 따라가네 자꾸 뒤를 돌아보시며 엄정한 눈길로 말씀하실 때 그 목소리 따르는 작은 발걸음 넘어질 때마다 저 홀로 일어나길 끝없이 지켜보며 기다려주시네 좋은 시 2019.10.29
친구 / 박인수 친구 / 박인수 빛바랜 흑백 사진 사십여 세월 길 뛰어넘으니 지나온 젊은 책장 어루만진다 세상사 삶의 기행속 오늘 나무에 붉은빛 햇살 안고 걸어온 터널의 길 이제는 컬러 사진 속 열매 영근 우리 모습에 장작불 집힌다. 좋은 시 2019.10.28
진혼의 꽃 / 오남희 진혼의 꽃 / 오남희 짧지 않은 오십 해 동안 발아를 꿈꾸는 함성들이 이 강산 심연 속에서 활화산으로 뜨겁게 분출하고 있다네 민주화의 염원으로 님들이 쏟아 낸 사월의 붉은 자국들은 새 생명으로 거듭나려는 자유의 몸짓 붉은 장미에 고인 영롱한 이슬이었네 하늘의 별이 된 순결한 두.. 좋은 시 2019.10.27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 좋은 시 2019.10.24
나 죽으면 / 화운 임승진 나 죽으면 / 화운 임승진 나 죽어 싸늘하게 식으면 관 속에 넣어 땅에 묻겠지 아무리 두껍게 흙을 덮어도 무수한 세월 흐르고 나면 살덩이는 물색없이 허물어지고 백골만 남아 서럽게 후회를 삭이고 있겠지 이따금 아들 딸 무덤에 찾아와 그리워 눈물 흘리더라도 그들마저 세상 등지고 나.. 좋은 시 2019.10.23
태백산 / 박인수 태백산 / 박인수 눈 덮인 설원으로 가는 열차 탁배기 한 잔에 창밖 어둠 속 핀 하얀 눈꽃 안주 삼아 살가운 겨울밤은 걸음을 재촉한다 설국의 겨울 산 태백 설산 위에 밤새 홀로 핀 천연 분재원 눈꽃 앞에 태양빛이 설본 위로 솟구치며 하얀 겨울 하늘로 퍼진다 떠남과 기다림을 아는 간절.. 좋은 시 2019.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