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 오남희 동행 / 오남희 휘몰이로 휘모는 공포의 바람 삶과 죽음의 상한선에서 손 뻗으면 잡힐 것 같은 에베레스트 꿈 속의 봉우리가 산사나이들에게 유혹의 몸짓을 한다 핏발 선 그들 이마 위에 최후 승리라는 마의 깃발을 나부낀다 어깨가 저리도록 무거운 배낭을 걸맨 채 황소처럼 느린걸음으.. 좋은 시 2019.10.09
강물 / 천상병 강물 / 천상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좋은 시 2019.10.07
꿈의 집 / 화운 임승진 꿈의 집 / 화운 임승진 나는 요즘 매일 집을 짓는다 하얀 도화지 위에 여러 개의 방을 만들고 정원을 꾸민다 1층에는 거실과 부엌 2층에는 침실과 서재 동쪽 큰 창으로 마을 풍경을 바라다보고 서쪽 작은 창으로 노을 지는 하늘을 보고 싶다 그리고 푸른 잔디정원에서 여름밤 바비큐 파티.. 좋은 시 2019.10.06
12월에 / 박인수 12월에 / 박인수 억새 우거진 들녘 산허리에 초겨울 찬 서리 내려앉으니 오색 단풍도 오롯이 저문다 잿빛 하늘 밑 앙상한 나목들 논두렁 사이로 난 작은 길 눈에 익숙한 잡초한 무더기 동장군 흔적에 반항한다 흘린 땀방울 뒤 공허가 온 가슴을 헤젭고 돌아간 공간에 산수유 열매가 계절의.. 좋은 시 2019.10.05
비련의 여인 2 / 오남희 비련의 여인 2 / 오남희 날개 접힌 이 시대의 마지막 유물 세월의 풍상에 이끼로 덮인 동구 밖 할머니의 열녀 비문이 햇살을 지핀다 열세 살에 꽃가마 타고 시집와 열다설 살에 홀로 된 할머니의 할머니 대물린 몸짓에 젖어 너덜대는 낡은 허물 불꽃으로 태우고 맨몸으로 천상을 날고 싶으.. 좋은 시 2019.10.04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 이성희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 이성희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산길 모퉁이 금강초롱 그 꽃잎 사이에서 나풀거리는 아침으로 새벽 하늘에 돋아난 금성 그 별빛 사이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거울에서 사라진 웃음 눈물로 번제를 드린다면 다시 눈부신 오후의 타악기 처럼 .. 좋은 시 2019.10.01
고향으로 가면 / 화운 임승진 고향으로 가면 / 화운 임승진 나이 육십 되도록 세상을 견디고 이기느라 들꽃이 손을 흔들어주어도 반갑다 웃을줄 몰랐지 가파른 고갯길 따라 숨차게 오르고 돌아가느라 외롭게 돋아난 풀 한 포기 가엾다 쓰다듬어줄 줄도 몰랐지 삭막한 도시 무정한 길 위에서 언 뺨을 때리는 냉혹한 시.. 좋은 시 2019.09.30
가시오가피 / 박인수 가시오가피 / 박인수 물기 오른 양분 받아 봄 햇살 정기 가슴 속 잉태하며 가지 뻗어 키우는 내 몸에 풀씨 하나 친구 되어 껴안고 내 몸 휘감아 고통 주던 너 한겨울 햇살에 누런 실타레 되어 이제 게으른 주인 덕에 나는 화초 가위에 절단되고 너는 건초더미 위에 화형식을 맞는구나 잘게 .. 좋은 시 2019.09.28
수연산방 / 오남희 수연산방 / 오남희 -이태준 소설가의 고옥 소설가 이태준님 수연산방에서 노렇게 우러난 국화차를 음미한다 주옥 같은 작품을 구상하고 쓰시면서 마시고 계실 노란 야국차 님의 정취가 배어 있는 거실에서 학우들과 야국차를 마시며 정담을 나눈다 신문 돌리는 아이의 발소리에 귀 기울.. 좋은 시 2019.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