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 위의 바다 / 오남희 철판 위의 바다 / 오남희 가없는 수평선을 오가며 먹이를 찾던 생명(生命)이 조각난 슬픈 모습으로 뜨거운 철판 위에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뒹굴고 있네 한때는 온갖 구애로 사랑을 속삭이며 가슴 설레이던 푸르렀을 한생의 아름다운 삶 해초향기 짙게 배인 출렁이는 꿈을 거두며 제물로.. 좋은 시 2019.11.13
새로운 길 / 윤동주 새로운 길 /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좋은 시 2019.11.10
시간 / 박인수 시간 / 박인수 한 해 정리하는 마지막 달 시간은 초침 바늘 움직여 사계 멋 기억 속 되새김질 한다 재촉과 싸움 지나 참을성 계곡 여유로운 마음으로 승화시키니 조급증은 고향 벗 찾아 초설 감격 젖는다 잠깐 눈만 감았는데 꽃이 피고 비바람 몰아치다 창밖 풀벌레 소리 들리고 하얀 계절.. 좋은 시 2019.11.08
어시장 / 오남희 어시장 / 오남희 바다가 뭍으로 이동해 왔다 하루종일 술렁대는 작은 함지박 죽음의 항구 갈매기 울음도 멈춘 삭막한 이곳 여정의 끝 한때는 뜨거운 가슴으로 산호를 누비며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었을 삶 그들 심장 위에서 날카로운 칼춤이 난무하는 비극의 무대는 침묵한다 한 잔의 음.. 좋은 시 2019.11.07
별 먹는 다람쥐 / 박덕규 별 먹는 다람쥐 / 박덕규 저녁이면 숲속 옹달샘으로 달빛에 실려 온 작은 별이 아침에 보면 없어졌어요 간밤에 다람쥐가 주전부리로 먹었나 봐요 좋은 시 2019.11.06
청포도 / 이육사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包)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 좋은 시 2019.11.05
싸리꽃 / 화운 임승진 싸리꽃 / 화운 임승진 앞산 마루 올라서서 기다란 목 늘어뜨리고는 장에 가신 우리 엄마 언제 오시려나 언제 오시려나 뿌연 먼지 등지고 달려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돈 벌러 가신 아버지 이제 오시려나 이제 오시려나 좋은 시 2019.11.04
담장 / 박인수 담장 / 박인수 겨울 햇살 소복소복 내려앉던 날 길 떠난 나그네 이승과 저승길 넘나드는 곳 찾아 산속 휘감네 내리막길 전통 울타리 너머 천 년 세월 허리 굽어 합장하니 이것이 천상인가 삶의 길목이던가 차경의 풍광에 취해 소슬한 솔바람 소리 호젓이 듣는다. 좋은 시 2019.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