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 오남희 섬 / 오남희 도학자나 다름없다 바다에 가부좌 틀고 세상을 지켜보는 예리한 눈 소식 물어 나르는 갈매기 밤마다 빛으로 토해 내는 별들의 하늘 이야기 등대의 타전에도 바쁜 일상의 섬 풍어를 알리는 뱃고동 소리에 섬은 폭풍우에 가지 꺾인 나무처럼 생채기 난 가슴을 어부의 손길에 얹.. 좋은 시 2019.10.21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좋은 시 2019.10.19
반려동물 / 화운 임승진 반려동물 / 화운 임승진 내 인생에 영향력을 끼친 다섯의 존재 첫째는 부모님 가난해도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정직한 자존감을 심어주셨다 둘째는 가족 아프거나 힘들어도 화합할 수 있게 인내와 슬기를 길러야 했다 셋째는 스승님 존경스러운 원로시인께 고귀한 시의 정신을 배우게 되.. 좋은 시 2019.10.17
길 / 박인수 길 / 박인수 밤사이 떨어진 노란 빛 은행잎 더미 길손 발밑에 낭만 길 만드네 강풍 주의보에 하부도로 달려 물 빠져나간 바닷길 풍광이 마법사 곁눈질 하네 마지막 잎사귀 밑 보도블럭 길 위로 그리움의 그림자 촛농처럼 녹아내린다. 좋은 시 2019.10.16
저잣거리 / 오남희 저잣거리 / 오남희 겉으로 보기엔 시들을 것 같아도 시장은 생동감으로 살아 파닥이고 있다 저 질그릇같이 떠들고 외치는 모습 속엔 진솔함이 삶의 지표와 진리로 담겨 있다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새벽을 밀치고 나와 낡은 의자에서 울고 웃는 고단한 하루이지만 한잔 술에 마음도 .. 좋은 시 2019.10.15
알람시계 / 박덕규 알람시계 / 박덕규 갯벌체험 간다고 좋아하는 잠꾸러기 아들 늦잠 잘까 봐 걱정하며 머리맡에 앉았다가 날도 밝기 전에 엄마보다 일찍 일어나 푸른 노래 부르며 잠 깨우는 뻐꾸기 좋은 시 2019.10.14
낙화 / 이형기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 좋은 시 2019.10.13
벗 벗(友) 이유를 묻지 않고 정도를 따지지 않고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아야 도리어 마음 편해지는 때를 묻지 않고 시간을 따지지 않고 생각 날 때마다 문 두드려도 두말 없이 마음 열어 주는 가는 길이 불편해도 부담을 마다하고 무거운 짐 덜어주는 생의 끄트머리에서 꼭 만나보고 싶은 .. 좋은 시 2019.10.12
눈꽃의 향연 / 박인수 눈꽃의 향연 / 박인수 어둠 깊어 가는 밤 하얀 솜털들 소복소복 그리움 담아 길가 순결 수를 놓는다 지나간 젊은 날 초상들이 그리운 마음 귀에 쫑긋하니 음악조차 하얀 은빛으로 널리 펼친다 온통 그대 생각에 눈뜨니 눈부심에 묻혀 온 세상 인고의 시간 뒤 축복이네 추억의 정신 꽃 찾아.. 좋은 시 2019.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