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 좋은 시 2019.08.12
겨울 나그네 / 고암 박인수 겨울 나그네 / 고암 박인수 설야의 밤이 지나 어둠 걷힌 희뿌연 새벽빛 하늘이 열리는 아라 뱃길 현장 지나 아랫길 돌섬 앞에 겨울 햇살이 소복소복 내려앉으니 외기러기 날갯짓하며 하얀 겨울 하늘로 새 아침을 연다 북풍한설 차려입고 노송 한 구루에 핀 빠른 세월 이야기에 마음은 추.. 좋은 시 2019.08.10
가슴의 무게 / 화운 임승진 가슴의 무게 / 화운 임승진 기쁨을 담고 추억을 새기고 거기에 한(恨)까지 묻으려면 턱없이 비좁은데 자꾸만 늘어나는 무게에도 부서지지 않는 걸 보면 그만한 장사가 없는 게야! 좋은 시 2019.08.09
전화번호를 지우며 / 오남희 전화번호를 지우며 / 오남희 폰에서 익숙한 이름을 지운다 백년은 갈 줄 알았던 파지처럼 구겨진 그리운 사람들 지운다는 것은 슬픔 그리고 볼 수 없는 심연의 깊은 생채기들이 파편으로 날아드는 것 오늘은 믿을 수 없는 격동의 구 순간에도 내일을 간절히 염원하는 기약 없는 사람들의 .. 좋은 시 2019.08.08
빨래를 보면 / 박덕규 빨래를 보면 / 박덕규 빨랫줄에 널린 아빠 옷을 보면 고추랑 상추 방울토마토를 심고 공휴일마다 구슬땀 흘리며 잡초 뽑고 물 주던 주말 농장이 보여요 좋은 시 2019.08.07
나무들 / 김남조 나무들 / 김남조 보아라 나무들은 이별의 준비로 더욱 사랑하고만 있어 한 나무 안에서 잎들과 가지들이 혼인하고 있어 언제나 생각에 잠긴 걸 보고 이들이 사랑하는 줄 나는 알았지 오늘은 비를 맞으며 한 주름 큰 눈물에 온몸 차례로 씻기우네 아아 아름다워라 잎이 가지를 사랑하고 가.. 좋은 시 2019.08.05
가을의 문턱 / 박인수 가을의 문턱 / 박인수 무더운 여름 진자리 귀뚜라미 소리 시금석 되어 환한 코스모스 한들거림에 가을 문지방 들어서면 청명한 하늘 빛 들녁 밤송이 속내 살짝 드러내고 고개 숙인 벼 이삭 풍요 노래한다 파도치는 어운돌 모래사장 갈매기 울부짖고 안개 걷힌 태안길 방미산 솔바람 안고 .. 좋은 시 2019.08.04
먼지 / 화운 임승진 먼지 / 화운 임승진 등에 진 것 없어 가벼이 떠돌지만 멈추는 그곳이 쉬어가는 곳 오라는 데 없어 서글피 뒹굴지만 반겨주지 않아도 어디든 굴러가네 눈에 띄면 붙잡힐까 구석으로 숨어들어 빈 날개로 휘저어보는 정처 없는 비상(飛上) 켜켜이 앉은 찌꺼기 제때 버리지 못해 방황하는 세.. 좋은 시 2019.08.03
지우들 그림자 / 오남희 지우들 그림자 / 오남희 푸른 별들이 쏟아지는 찬란한 태고의 적막이 흐르는 둔덕 하얀 달빛이 거니는 밤이 차갑다 찔레나무 꽃잎에 얽힌 이야기 물푸레나무 그늘에 숨은 이야기 수면 위로 노를 저으며 젊은 날을 실은 둥근달이 사연을 남긴다 바람에 싱그럽던 풋보리 시절 별을 보며 꿈.. 좋은 시 2019.08.02
난 어떡하지 / 박덕규 난 어떡하지 / 박덕규 할아버지보다 머리가 더 하얀 우리 아빠 명절 차례를 모신 뒤 '대추 보고 안 먹으면 늙는다.'는 어른들 말씀을 안 들었나 봐요 그럼 난 어떡하지? 대추보다 감이 더 좋은데 좋은 시 2019.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