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 / 김남조
보아라
나무들은 이별의 준비로
더욱 사랑하고만 있어
한 나무 안에서
잎들과 가지들이
혼인하고 있어
언제나 생각에 잠긴 걸 보고
이들이 사랑하는 줄
나는 알았지
오늘은
비를 맞으며
한 주름 큰 눈물에
온몸 차례로
씻기우네
아아 아름다워라
잎이 가지를 사랑하고
가지가 잎을 사랑하는 거
둘이 함께
뿌리를 사랑하는 거
밤이면 밤마다
금줄 뻗치는 별빛을
지하로 지하로 부어내림을 보고
이 사실을 알았지
보아라
지순무구(至純無垢)
나무들이 사랑을 보아라
머잖아 잎은 떨어지고
가지는 남게 될 일을
이들은 알고 있어
일고 있는 깊이만큼
사랑하고 있어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화번호를 지우며 / 오남희 (0) | 2019.08.08 |
---|---|
빨래를 보면 / 박덕규 (0) | 2019.08.07 |
가을의 문턱 / 박인수 (0) | 2019.08.04 |
먼지 / 화운 임승진 (0) | 2019.08.03 |
지우들 그림자 / 오남희 (0) | 2019.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