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를 지우며 / 오남희
폰에서 익숙한 이름을 지운다
백년은 갈 줄 알았던
파지처럼 구겨진 그리운 사람들
지운다는 것은 슬픔 그리고
볼 수 없는 심연의 깊은 생채기들이
파편으로 날아드는 것
오늘은 믿을 수 없는
격동의 구 순간에도
내일을 간절히 염원하는
기약 없는 사람들의 소중한 분초 속에
우리 모두는 홀연히 떠난다
언젠가는 내 수첩에서 네가
또 다른 수첩에서 내가
소멸해 가는 지구의 순환 속에
숙명으로 지워져 가는 숱한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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