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전화번호를 지우며 / 오남희

운우(雲雨) 2019. 8. 8. 20:09

전화번호를 지우며 / 오남희

 

 

폰에서 익숙한 이름을 지운다

백년은 갈 줄 알았던

파지처럼 구겨진 그리운 사람들

 

 

지운다는 것은 슬픔 그리고

볼 수 없는 심연의 깊은 생채기들이

파편으로 날아드는 것

 

 

오늘은 믿을 수 없는

격동의 구 순간에도

내일을 간절히 염원하는

기약 없는 사람들의 소중한 분초 속에

 

 

우리 모두는 홀연히 떠난다

언젠가는 내 수첩에서 네가

또 다른 수첩에서 내가

소멸해 가는 지구의 순환 속에

숙명으로 지워져 가는 숱한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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