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나무들 / 김남조

운우(雲雨) 2019. 8. 5. 22:03

나무들 / 김남조

 

 

보아라

나무들은 이별의 준비로

더욱 사랑하고만 있어

한 나무 안에서

잎들과 가지들이

혼인하고 있어

언제나 생각에 잠긴 걸 보고

이들이 사랑하는 줄

나는 알았지

 

 

오늘은

비를 맞으며

한 주름 큰 눈물에

온몸 차례로

씻기우네

 

 

아아 아름다워라

잎이 가지를 사랑하고

가지가 잎을 사랑하는 거

둘이 함께

뿌리를 사랑하는 거

 

 

밤이면 밤마다

금줄 뻗치는 별빛을

지하로 지하로 부어내림을 보고

이 사실을 알았지

 

 

보아라

 

 

지순무구(至純無垢)

나무들이 사랑을 보아라

머잖아 잎은 떨어지고

가지는 남게 될 일을

이들은 알고 있어

일고 있는 깊이만큼

사랑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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