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 화운 임승진 항아리 / 화운 임승진 제 몸을 이기지 못하여 만삭의 배를 끌어안고 양지 녘에 나앉았다 콩 자루 지고 장에 간 서방은 돌아올 생각을 아니하는데 정월에 담은 된장은 곰삭아버렸네. 좋은 시 2019.06.15
파열음 / 오남희 파열음 / 오남희 추석날 아침 먼 숲에서 날아드는 까치 소리 오소소한 햇살에 밀려오는 가을소리다 감나무 끝까지에 매달려 있는 홍시를 눈여겨보던 까치들의 나들이 가을 내내 수다와 함께 먹거리 축제 집도 홍시도 사라진 오늘 까치들의 목을대엔 그리움이 끈적하다 지나간 흔적들이 .. 좋은 시 2019.06.13
멀리 있기 / 유안진 멀리 있기 / 유안진 멀어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어져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좋은 시 2019.06.11
가을날의 외출 / 박인수 가을날의 외출 / 박인수 기암절벽 위에 뭉쳤다 흩어지는 구름조각 붉게 물든 단풍 추억의 책갈피 안에 청아한 산새들 지저귀는 솟삭임 갈 바람 낙엽 지는 소리에 시간을 원망하며 먼 하늘 바라본다. 좋은 시 2019.06.10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 -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이다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볕에 반짝이는 어깨의 .. 좋은 시 2019.06.09
십 년이 흐른 뒤 / 화운 임승진 십 년이 흐른 뒤 / 화운 임승진 아픔이어도 괜찮다 이따금 기쁨이었다가 슬픔으로 변해도 작은 고개를 넘으면 더 큰 고개를 넘을 수 있듯 시련은 또 다른 행복으로 찾아오니까 이별이어도 괜찮다 우연한 호기심으로 마주쳤다 헤어지더라도 만남은 기억할 만한 추억을 남겨주기도 하니까 .. 좋은 시 2019.06.08
눈부신 햇살 / 오남희 눈부신 햇살 / 오남희 샛별이 우주를 돌아와 새벽을 열고 밝음 속에 사라지면 아침 햇살의 붉은 빛들은 온 누리에 자양분을 내린다 지빠뀌의 경쾌한 리듬이 푸른 바람으로 아침을 깨울 때 공중에서 쏟아지는 생명샘 줄기 바람이 분다고 강 언덕의 풀들은 쓸어지지 않는다 제일 먼저 일어.. 좋은 시 2019.06.07
겁보 / 박덕규 겁보 / 박덕규 아람 벌어지는 밤나무 밑 고슴도치 다람쥐를 보고 바짝 웅크린다 이게 뭐지? 건드려보는 다람쥐 그러지마 난 밤송이가 아니야 좋은 시 2019.06.06
승무(僧舞) / 조지훈 승무(僧舞) /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장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 좋은 시 2019.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