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 / 화운 임승진 옹이 / 화운 임승진 토방 천장에 수없이 박혀있는 반점들이 흐르던 선혈 멈추고 앉은 딱쟁이 같다 계절마다 맞서서 견디어 낸 투쟁이 갈라진 몸속 마디마디 찍혀있는데 누구를 위해 그려놓은 그림인가? 무엇을 위해 간직해 온 증거인가? 오로지 위로만 향한 쉼 없는 걸음에서 선명한 발자.. 좋은 시 2019.06.28
스마트폰 별이 되어 / 오남희 스마트폰 별이 되어 / 오남희 피안으로 돌아간 수많은 얼굴들이 정적으로 찬 푸른 허공에서 스마트폰 별이 되어 안부를 빛으로 내려 보내는 밤이네 동공에 맺힌 이슬방울이 은하수 너머 푸른 바람으로 머무는 것은 지구의 이별이 동백꽃보다 붉기 때문이네 자운영 꽃밭에서 목화나무 그.. 좋은 시 2019.06.27
문어 / 박덕규 문어 / 박덕규 산호초 곁에서 해삼, 멍게, 소라가 문어 흉을 보고 있다 괴물처럼 생긴 것이 정말 징그러워 엿듣고 화가 난 문어 괘씸한 녀석들 어디 맛 좀 봐라 먹물을 찍 갈기며 "너희들 코는 없으니 냄새는 뺀 거야 알았어!" 좋은 시 2019.06.26
멀리 있기 / 유안진 멀리 있기 / 유안진 멀어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어져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좋은 시 2019.06.24
억새꽃 / 박인수 억새꽃 / 박인수 명성산의 오름길 크고 작은 소 들의 만남 쉬엄 쉬엄 계곡 따라 올라보니 억새밭의 은빛 속살 새밭 넘어 만남에 붉은 수줍음 외출하네. 좋은 시 2019.06.23
손바느질 / 화운 임승진 손바느질 / 화운 임승진 바늘이 헝겁을 만나서 의기양양해졌다 언제나 마음 내키는 대로 불쑥불쑥 들이대지만 쓰다 달다 불평하지 않는 그녀는 속없이 찔러대는날카로운 공격을 그저 말없이 받아들이기만 한다 마디마디 토막 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한 땀, 한 땀 드러나는 상.. 좋은 시 2019.06.22
분재 / 오남희 분재 / 오남희 철사 줄에 옥죄여 가지들이 토하는 단발마의 외침 굽을 대로 굽고 비틀린 채로 서서 분재라는 이름하에 뼈르르 깎는 고통의 처절함을 태워 만든 미 음침함 속에서도 혼을 찾아 길을 더듬는 사투의 숨소리 인격적인 삶을 살 순 없을까 죄목도 없이 묶여와 할퀸 진액으로 골.. 좋은 시 2019.06.21
멀리 있기 / 유안진 멀리 있기 / 유안진 멀어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어져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좋은 시 2019.06.17
가을날의 외출 / 박인수 가을날의 외출 기암 절벽 위에 뭉쳤다 흩어지는 구름 조각 붉게 물든 단풍 추억의 책갈피 안에 청아한 산새들 지저귀는 속삭임 갈 바람 낙엽 지는 소리에 시간을 원망하며 먼 하늘 바라본다. 좋은 시 2019.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