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분재 / 오남희

운우(雲雨) 2019. 6. 21. 05:57

분재 / 오남희

 

 

철사 줄에 옥죄여

가지들이 토하는 단발마의 외침

 

 

굽을 대로 굽고 비틀린 채로 서서

분재라는 이름하에 뼈르르 깎는

고통의 처절함을 태워 만든 미

 

 

음침함 속에서도 혼을 찾아

길을 더듬는 사투의 숨소리

인격적인 삶을 살 순 없을까

 

 

죄목도 없이 묶여와

할퀸 진액으로 골수에서 허리로

차오르는 심장을 유린당한 삶

 

 

키도 자라지 못하는 소나무

솔바람 소리에 실려 오는 새소리

나무 끝에 매달고

꽁꽁 묶인 몸으로 햇살 끌어 안으며

자유를 달라 울부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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