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느질 / 화운 임승진
바늘이 헝겁을 만나서 의기양양해졌다
언제나 마음 내키는 대로 불쑥불쑥 들이대지만
쓰다 달다 불평하지 않는 그녀는
속없이 찔러대는날카로운 공격을
그저 말없이 받아들이기만 한다
마디마디 토막 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한 땀, 한 땀 드러나는
상처가 아프게 자리를 잡는다
서로 맞지 않는 만남이었어도
바닥이 얇은지 두꺼운지 상관하지 않는 행진은
미리 정해놓은 길을 향해 나아갈 뿐
거듭 찔리기만 하는 존재감은
엉킨 실타래를 풀고 나서야 정연한 걸음을 옮긴다
느리고 아둔함 속에서
앞뒤 헤아릴 것 없이 무자비하게
돌진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다
몸서리 나는 통증에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다가
숨 막히게 조여오던 박음질이 멈추면
살에 살을 맞대어 꿴맨 자국이 그림처럼 웃고 있다
발맘발맘 걸어간 발자국 따라
미처 상상할 수 없었던 인내와 헌신이
거친 세월 넘느라 고단해진
손가락 끝에 굳은 살로 단단히 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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