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 오남희 갈림길 / 오남희 고지를 바람과 함께 넘어왔다 아득한 그 길에 서서 나를 돌아본다 한 송이 들꽃이고 싶은데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 어깨 위로 다가선 해넘이 그림자 노을 붉게 뿜어 놓은 아름다운 우주의 품속에선 아직 꿈을 심는 어린아인데 햇살은 길 건너로 등을 떠밀며 강물처럼 지나.. 좋은 시 2019.03.03
새 / 천상병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 좋은 시 2019.03.02
휴일 오후 / 박인수 휴일 오후 / 박인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매콤한 닭갈비 한 아름 입 안 가득 녹아내리며 걷는다 공지천 조각공원 휴일 만끽하는 이들의 천국 물가 오리 배 젊은 아우성 커피 향 풍기는 에티오피아 전쟁 기념관 야외 분수대 아이들 즐거운 비명 들으며 산책로 오디 검은색 변해가며 초여름.. 좋은 시 2019.02.28
까마귀 / 오남희 까마귀 / 오남희 -원죄 죽음을 몰고 다닌다는, 애꿏은 입소문으로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 갑니다 목소리가 까칠하다고 돌을 던지고 고단한 몸 나무에 기대도 흘기며 쪼아냅니다 털과 살결 검다는 편견으로 터무니 없는 입소문으로 상처주지만 그러나 일고 보면 효심으로.. 좋은 시 2019.02.25
반지 / 이해인 반지 / 이해인 약속의 사슬로 나를 묶는다 조금씩 신음하며 닳아가는 너 난초 같은 나의 세월 몰래 넘겨 보며 가늘게 한숨 쉬는 사랑의 무게 말없이 인사 건네며 시간을 감는다 나의 반려는 잠든 넋을 깨우는 약속의 사슬 좋은 시 2019.02.23
늦은 봄 이야기 / 박인수 늦은 봄 이야기 / 박인수 아카시아 햔 그윽한 휴일 아침 이름 모를 새들 합창 뻐꾸기 울음 강한 뙤약볕 아래 늦은 고구마 심기 바쁘다 땀범벅 그늘 속 노란 애기 똥풀 위 간간이 불어오는 솔 향기 엉겅퀴 바람 소리 들으며 낯선 이 방문 가끔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숲 속 그늘 울타리 피기 .. 좋은 시 2019.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