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갈림길 / 오남희

운우(雲雨) 2019. 3. 3. 23:06

갈림길 / 오남희

 

 

고지를

바람과 함께 넘어왔다

아득한 그 길에 서서

나를 돌아본다

한 송이 들꽃이고 싶은데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

 

 

어깨 위로 다가선 해넘이 그림자

노을 붉게 뿜어 놓은

아름다운 우주의 품속에선

아직 꿈을 심는 어린아인데

 

 

햇살은 길 건너로 등을 떠밀며

강물처럼 지나온 한생을 지운다

 

 

밀려온 낯선 시간 속에서

빗장 문을 열고

돌아서는 가슴에 찬바람이 스민다

 

 

바람에 묻어온 풀씨는

두려워하지 않고

추운 계절 속에서도

움을 틔울 새 세상을 꿈꾼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송이 / 박인수  (0) 2019.03.06
겨울 / 박덕규  (0) 2019.03.05
새 / 천상병  (0) 2019.03.02
휴일 오후 / 박인수  (0) 2019.02.28
겨울 / 박덕규  (0) 2019.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