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 오남희
고지를
바람과 함께 넘어왔다
아득한 그 길에 서서
나를 돌아본다
한 송이 들꽃이고 싶은데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
어깨 위로 다가선 해넘이 그림자
노을 붉게 뿜어 놓은
아름다운 우주의 품속에선
아직 꿈을 심는 어린아인데
햇살은 길 건너로 등을 떠밀며
강물처럼 지나온 한생을 지운다
밀려온 낯선 시간 속에서
빗장 문을 열고
돌아서는 가슴에 찬바람이 스민다
바람에 묻어온 풀씨는
두려워하지 않고
추운 계절 속에서도
움을 틔울 새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