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 / 서정주 신록 / 서정주 어이할거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로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 좋은 시 2018.08.12
4월의 노래 / 박목월 4월의 노래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 좋은 시 2018.08.11
진달래꽃 / 김소월 진달래꽃 / 김소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좋은 시 2018.08.10
초혼(招魂) 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 좋은 시 2018.08.08
별을 쳐다보며 / 노천명 별을 쳐다보며 / 노천명 나무가 항시 하늘로 향하듯이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친구보다 좀더 높은 자리에 있어 본댓자 명예가 남보다 뛰어나 본댓자 또 미운 놈을 혼내 주어 본다는 일 그까짓 것이 다아 무엇입니까 숱 한 잔만도 못한 대수롭잖은 일들입니다 발.. 좋은 시 2018.08.07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 배연일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 배연일 아카시아 향내처럼 5월 해거름의 실바람처럼 수은등 사이로 흩날리는 꽃보라처럼 일곱 빛갈 선연한 무지개처럼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휘파람새의 결 고운 음률처럼 서산마루에 번지는 감빛 노을처럼 은밀히 열리는 꽃송이처럼 바다 위에 내리는 은빛.. 좋은 시 2018.08.05
사모 / 조지훈 사모 /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랑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잊어달라지만 남자에게.. 좋은 시 2018.08.04
행복 / 유치환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 좋은 시 2018.08.03
눈물 / 김현승 눈물 /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져.....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 좋은 시 2018.08.02
빗소리 / 주요한 빗소리 /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 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같고 볕에서도 봄이 흐르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두운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 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 좋은 시 2018.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