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의 봄 / 박인수 불암의 봄 / 박인수 숨 가쁜 산자락 나목 벗 삼아 계곡 따라 산행길 원추리, 국수나무, 참나무, 개암나무, 참싸리, 산철죽 이마 땀 흠치고 물 한 모금 마시면 발걸음 가볍게 가슴 여는 불암길 등성 가파름 바람 벗 삼아 암반 정상길 절벽 밑 공활한 대지 불암사 풍경소리 정상인 고함 풍성한.. 좋은 시 2018.08.25
저녁에 / 김광섭 저녁에 / 김광섭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저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좋은 시 2018.08.23
못잊어 / 김소월 못잊어 / 김소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좋은 시 2018.08.22
초록별 이십사시 초록별 이십사시 / 오남희 동그란 창 속 초록별 하루 한 발로 세상을 딛고 한 손으로 반원을 그리며 시간이라는 보석을 물어 나른다 빈 틈 없는 열두 대문을 스물네 번 쉼 없이 돌고 돌아 은은한 쪽빛을 안고 지구로 온다 밤 십이지간에 열리는 하늘 문 잠든 지구가 부스스 눈을 뜨면 우주.. 좋은 시 2018.08.21
오이도 외출 / 박인수 오이도 외출 / 박인수 봄꽃 흐트러지는 4월 한적한 뒤 안 숨겨진 바람결 따라 지나간 삶 얘기하며 우린 월곷 도착했지 넓게 펼쳐진 눈앞 풍경 잔파도 타고 작은 배 흐르고 쓸쓸하면서도 톡톡 건드리는 오이도 외출 간지러움 우린 망둥이 웃음 보고 즐거워했지 한 모금 머금은 술잔 하나의 .. 좋은 시 2018.08.19
귀천 / 천상병 귀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좋은 시 2018.08.17
눈물 / 김현승 눈물 / 김현승 더러는 옥통(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분!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 좋은 시 2018.08.16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이해인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이해인 손시린 나목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갈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 좋은 시 2018.08.15
생명 / 김남조 생명 / 김남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꽃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 좋은 시 2018.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