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둥지

운우(雲雨) 2020. 3. 6. 10:40

둥지

 

 

나의 둥지를 도봉산 자락3층 꼭대기에 튼지도

꽤 되었다. 도봉산을 끼고 산수가 좋으니 사는

것이 신선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봄이면 생명들이 움을 트고 살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고 여름이면 싱그러운 잎새들이

바람에 씩씩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가을이면 열매를 맺은 모습을 보ㅓㄹ 수 있어

좋지만 할 일 다했다고 모든 것 내려놓고 겸허

이 떨어져 죽어가는 모습속에서 인생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어 좋다.

 

그리고 하얀 눈이 덮인 겨울산에서 이젠 죽어

모든 것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 자취도 없이

사라진 인생의 무상함을 배울 수 있어 좋다.

 

그렇다면삶이란 것이 인생에게 주는 의미란 무

엇일까?

 

무욕(無慾)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떠나고 나면

자취도 없이 자연으로 돌아갈 인생이 욕심을

부린다고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돈을 주고 산

집도 떠날 때는 두고 가야한다.

 

둥지란 내 한 몸 세상에 와 있는 동안 편히 있다

떠나면 되는 곳이다. 화려하지도 초라하지 않으

면 된다. 

 

나의 둥지!

침대에 텐트가 처진 아늑한 공간, 그곳이 내 작

은 육체를 품어 주는 따뜻하고 정겨운 둥지다.

 

거기서 나는 소설도 쓰고 책도 읽고 하루하루

늙으며 자연으로 돌아갈 날을 위하여 준비하며

산다.

 

그게 인생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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