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휴일이다.
아침 일찍 북한산 길을 걷기로 작정을 하고
나선 걸음이다. 아침이라 약간은 추워 따뜻
한 옷을 입고 나섰는데 산길을 오르니 더워
등에 땀이 나 옷이 축축하게 젖어 있다.
오늘은 방학동에 이사와 처음으로 왕실 묘
역을 가볼 요량으로 나선 길이다. 조선 왕
중 최고의 폭군이었던 연산군의 묘지와 세
종대왕의 둘째 공주였던 정의공주의 묘역
을 돌아 보기 위해서였다.
정의 공주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는
데 소리글인 한글에 대하여 수양대군과 안
평대군 등과 함께 발음을 하는데 많은 도움
을 주었다고 기록이 되어 있었다.
무덤은 2기였는데 왼쪽은 정의 공주의 남편
인 안맹담의 무덤이고 오른쪽 묘지가 정의
묘라고 한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연산군의 묘지가
있었다. 연산군의 묘지에는 5기의 묘가 있
었는데 가장 위에 왼쪽으로 연산군의 묘지
가 있었고 옆엔 그의 부인인 신씨의 무덤이
있었고 중간에 무덤은 태종의 둘째 비의 무
덤이라 한다.
그리고 가장 밑에 있는 2기의 묘는 연산군의
사위의 묘와 딸의 묘라고 한다.
그렇게 이조 왕실의 묘를 돌아 보고 오는 길
엔 양지녘에 돋아난 쑥이 파릇하게 자라 있어
함께 간 친구가 쑥을 뜯어다가 저녁에 된장국
을 끓여 먹는다 해서 조금 뜯어서 주었다.
벌써 양지녘에는 봄이 와 있었다. 나는 오늘 왕
실 묘역을 보러 간다는 핑게로 봄이 오는 길목
을 걷고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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