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나의 둥지를 도봉산 자락3층 꼭대기에 튼지도
꽤 되었다. 도봉산을 끼고 산수가 좋으니 사는
것이 신선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봄이면 생명들이 움을 트고 살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고 여름이면 싱그러운 잎새들이
바람에 씩씩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가을이면 열매를 맺은 모습을 보ㅓㄹ 수 있어
좋지만 할 일 다했다고 모든 것 내려놓고 겸허
이 떨어져 죽어가는 모습속에서 인생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어 좋다.
그리고 하얀 눈이 덮인 겨울산에서 이젠 죽어
모든 것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 자취도 없이
사라진 인생의 무상함을 배울 수 있어 좋다.
그렇다면삶이란 것이 인생에게 주는 의미란 무
엇일까?
무욕(無慾)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떠나고 나면
자취도 없이 자연으로 돌아갈 인생이 욕심을
부린다고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돈을 주고 산
집도 떠날 때는 두고 가야한다.
둥지란 내 한 몸 세상에 와 있는 동안 편히 있다
떠나면 되는 곳이다. 화려하지도 초라하지 않으
면 된다.
나의 둥지!
침대에 텐트가 처진 아늑한 공간, 그곳이 내 작
은 육체를 품어 주는 따뜻하고 정겨운 둥지다.
거기서 나는 소설도 쓰고 책도 읽고 하루하루
늙으며 자연으로 돌아갈 날을 위하여 준비하며
산다.
그게 인생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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