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닦는 소년 / 정호승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구두통에 새벽별 가득 따 담고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눠 주기 위해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하루 내 길바닥에 홀로 앉아서
사람들 발 아래 짓밟혀 나뒹구는
지난밤 별똥별도 주워서 닦고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닦는다
이 세상 별빛 한 손에 모아
어머니 아침마다 거울을 닦듯
구두 닦는 사람들 목숨 닦는다
목숨 위해 내려앉은 먼지 닦는다
저녁별 가득 든 구두통 메고
겨울밤 골목길 걸어서 가면
사람들은 하나씩 별을 안고 돌아가고
발자국에 고이는 별바람 소리 따라
가랑잎 같은 손만 굴러서 간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로운 시인 / 오남희 (0) | 2020.01.21 |
---|---|
청바지와 메리야스 / 박덕규 (0) | 2020.01.20 |
엄마 목소리 / 화운 임승진 (0) | 2020.01.18 |
조령천의 밤 / 박인수 (0) | 2020.01.16 |
적막한 둥지 / 오남희 (0) | 2020.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