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적막한 둥지 / 오남희

운우(雲雨) 2020. 1. 15. 04:16

적막한 둥지 / 오남희

 

 

홍천강 남이섬보트 위에

웃음과 눈물과 열정을 남겨놓고

낙엽이 되어 그대 떠났네

 

 

외로움에 묻힌 타고난

운명은 생 전체가 사해바다

작은 여섯 살 사랑이 그리워 목매어 울었지

 

 

일곱 살에 엄마 잃고

부인과 이별하고

자식과는 처절한 생이별

 

 

노을 빗긴 창문 열고 밤마다

무한정 기다리던 몸짓이

어디론가 하염없이 여울져

풀벌레 소리에 밤은 깊어 가고

은사시나무 사삭대는 강 언덕의 수채화 닮은

 

 

외로움을 쏟은 뜨락

입맛을 돋우는 여러 열매들이 먹음직스레 익어 가는데

환한 웃음만 떠도는 외로운 강촌역

호반의 추억들이 고여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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