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임종 / 화운 임승진
어머니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허겁지겁 달려갔을 땐
고통스런 투병에 지쳐 끝내 숨을 거두셨지만
그때까지도 가슴이 따뜻했다
두고두고 담아두었을 화를 삭히지 못해
아득해지는 온기를 부여안고 계셨으리
발을 만져보니 냉랭한 얼음장
한평생 곤했을 걸음 멈추시고
두 다리 편안히 놓으셨다
혹여, 콧김이 서릴까 거울을 갖다 대보았으나
가쁜 숨을 힘겹게 잡아두고 싶지 않은 듯
안개 서림 전혀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눈 감고 입 다문 채 점점 말개지는 얼굴
금방 미소지을 것만 같아 뺨을 어루만져보지만
모든 것을 놓아버린 살결은 힘이 없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벌써 천국 문을 여신 듯
섬뜩하리만치 차갑지만 온화한 표정
아! 이젠 멀리 가셨나 보다
아버지게 드리는 마지막 인사가
살얼음처럼 부서질 것만 같아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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