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햇살의 굴절로 / 오남희

운우(雲雨) 2019. 12. 8. 19:30

햇살의 굴절로 / 오남희

 

 

첫눈이 허공을 난다

까마득한 평행선엔

눈송이 대신

슬픔의 피사체가 맴돈다

 

 

철모르던 시절

주거니 받거니 서툰

신고산 타령에 어깨춤 추던

어느 초겨울의 하굣길

 

 

오늘따라 눈이 심란하다

예고 없이 떠나간

그 사람 텅 빈

통학로의 긴 철길은

햇살의 굴절로 스산하다

 

 

짧게 살다간

인생길의 부침이 조금씩

붉은 노을 속으로

침잠해 가고

접동새 슬픈 울음은

허공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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