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달밤 / 이호우

운우(雲雨) 2019. 12. 12. 08:06

달밤 / 이호우

 

 

낙동강 빈 나무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 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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