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지하철 / 오남희

운우(雲雨) 2019. 12. 14. 14:05

지하철 / 오남희

 

 

거대한 흡입력에

숨결들의 입김이 끈적이는

콩나물시루 같은 실내

쓰러지지 않으려고 사각기둥을 만든다

 

 

아침을 싣고 활기를 뿜으며

 

달리는 지하 동굴의 완행열차

 

 

검은 몸에서

일벌들처럼 쏟아져 나오고 또

밀려드는 하루를 향해 달리는

바람의 부나비들은 늘 쫓긴다

 

조금만 더 아침잠의 유혹은

검은 지하철 땀방울의 연자방아

 

 

햇살의 입자 같은 희망으로

보낸 신산한 하루의 머리 위에서

미리내 별들의 불야성이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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