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한루의 연가 / 오남희
이끼 낀 난간 돌다리 위에서
사랑의 몸짓이 현란한 비둘기 한쌍
뾰죽한 부리를 서로 비벼대며
주고받는 사랑의 윤선이 노을로 번진다
광한루 모서리마다 시간이 사랑의 애가로 저문다
이른 봄 하얀 목련꽃 피는
아련한 그리움처럼
이 혼돈의 시대에 청아한
사랑의 포말이 푸르디 푸르다
막 깨어난 대지를 감싸안는
산뜻한 아침 햇살처럼
영혼까지 아름답게 각인된 남원골
춘향과 몽룡의 사랑의 분화구가
광한루 곳곳에서 뜨겁게 분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