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꽃 / 김춘수

운우(雲雨) 2019. 8. 24. 10:06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갈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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