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승무(僧舞) / 조지훈

운우(雲雨) 2019. 6. 4. 09:21

승무(僧舞) /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장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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