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슬픈 군상(群像)들
어제 정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자주 문병가던 선배인데 코로나가 걸려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어 어느 곳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선배를 찾았다는 전화였던 것이다.
그동안 어느 곳에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병원에
물어도 모른다고만 할 뿐이었다.
찾을 길이 없어 구청에 물어도 구청은 사람 찾
아주는 곳이 아니라는 대답만 들었을 뿐이었다.
경찰서에 물어도 시원한 대답은 없었다. 가족이
아니면 알려줄 수 없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있을
뿐이다.
어쩌다 세상이 미렇게 못쓰게 변했을까? 처자식
이 있건만 처자식은 나 몰라라다.
할 수 없이 여동생이 택시에 태워 부천에 있는
병원에서 수유리 현대병원까지 데려 왔다는 것
이다.
그리고 바로 퇴계원의 요양병원으로 보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를 하며 여동생은 울고
있었다.
그가 부자였어도 이런 취급을 가족들에게 받았을
까?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을까?
세상에서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사라진 시대, 부모
도 없고 어른도 없다.
오직 이기적인 나만이 존재할 뿐이다. 우리가 떠나
고 남을 후대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마 인정도 모르는 가슴이 없는 로봇같은 괴물만
이 존재하는 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유유서가 사라진 시대, 재물만 사랑하는 냉혈한
만이 존재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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