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문학 오페라

오페라로 부활한 지옥의 두 사람

운우(雲雨) 2021. 12. 16. 19:09

단테의 장편 서사시 <신곡> 중 <지옥>

잔도나이의 오페라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프치니의 오페라 <잔니스키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졌던 두려움은 지옥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교회에 가면 주일학교 선생님으로부터 "하나님을 믿어야해.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고통을 당하게 된다."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심지어 어떤 선생님은 죄지은 사람들이 시뻘건 불 속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기도 했다. 

어린 아이에게는 열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훨씬 강한 인상을 주는 법이다. 그림을 보고 얼마나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시뻘건 불속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 옆에서 낄낄 거리고 있는 흉측한 악마들의 모습에 온 몸을 떨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그림이 아무리 무시무시하다 한들, 단테가 묘사한 지옥의 모습만큼이나 할까. 단테의 <신곡> 중 <지옥>을 읽고 있으면, 죄를 지은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그토록 다양하고 창의적인 형벌을 고안해 낸 단테의 상상력에 놀라게 된다. 그렇지만 단테의 <신곡>이 세상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믿고, 죄를 짓지 말라, 라는 단순한 메세지를 전하는 것이었다면 쓰인 지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고전의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단테는 그가 존경해 마지않는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세운 장편 서사시의 전통을 이어받아 <신곡>을 썼다. 역사와 신화, 철학, 사상, 신앙에 대한 단테의 해박한 지식과 개인적인 경험, 당대의 역사적, 정치적 상황을 바탕으로 쓰인 <신곡>은 오늘 우리에게 기독교가 삶의 중심이었던 중세 세계관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