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우(雲雨)의 소설

<단편소설> 목신(木神)의 분노

운우(雲雨) 2017. 1. 4. 17:40

<단편소설> 목신(木神)의 분노

                                             봉필현

 

혹시나 우리집에 불이 난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가까이 갈수록 그 불안감은 현실이 되고 있었다. 불이 난 곳은 바로

우리 공장이었다. 재료를 잔뜩 사다 쌓아 놓았는데 불길에 재료도 모두

타고 있는 것이었다. 차라리 은행 통장에 그대로 넣어 두었으면 아무

일 없을 것을 방정을 떨어 돈을 몽땅 날린 것이었다.

“엄마, 이걸 어떡해.”

딸이 걱정이 되어 나에게 물었지만 나는 넋이 나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걸 어째?”

나의 입에서는 그 소리 밖에 나오질 않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물건을 꺼내야 된다는 일념으로 불이 활활 타오르는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아줌마, 죽으려고 환장했어요?”

그때 소방관이 소리치며 뛰어 왔다.

불은 순식간에 공장 건물을 태우고 건물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건물의

재료가 프라스틱이 많아서 불은 순식간에 공장 전체를 태우고 있었다.

나는 불타고 있는 공장을 바라보며 그 불구덩이 속으로 계속 뛰어들려고 했다.

“저 안에 우리 목숨줄인 돈이 있어요. 그걸 꺼내야 해요.‘

그러자 소방관이 말했다.

“아줌마, 돈이 아줌마 목숨보다 귀해요?”

“우리는 저것 없으면 다 죽어요.”

나는 정신없이 몸부림쳤다.

“아줌마, 돈이 아무리 좋아도 목숨보다는 귀하지 않아요. 제발 진정 좀 하세요.”

“저기 불 속에 우리 남편이 오라고 해요.”

그때 나의 눈에는 죽은 남편의 모습이 활활 타는 불꽃 속에서 나를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저 불 속에서 누가 오라고 해요. 아무도 없는데요.”

그렇게 말려도 듣지 않자 그 소방관은 나를 번쩍 들어 어깨에 메고 불속을 나왔다.

아마 그때 그 소방관이 아니었으면 나는 그 불속으로 뛰어들어 죽고 말았을 것이다.

불은 1시간도 되지 않아 모두 태우고 꺼졌다. 다행이라면 그 당시 내가 딸

과 함께 쇼핑을 가지 않았다면 더 큰일이 났을 것이다. 불은 순식간에 번져 미쳐

피할 틈도 없었다. 그렇게 공장이 불에 타자 융자를 주기로 했던 은행에서는 차일피일

미루며 융자를 미루고 있었다. 비록 재료라든가 모든 것을 앗아 갔어도 차라리 타버린

땅 위에 공장을 새로 지으면 더 깨끗할 것 같았다. 그러나 융자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변호사를 고용해 은행을 고발키로 했다. 그러나 승소를 했지만 은행은 어떤 명분

을 내세워 융자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끝내 나는 공장을 다시 일으키지 못하고 꿈을

접어야 했다. 나는 지금도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있다. 과연

무당의 말대로 남편과 동생이 죽을 운명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 말대로 죽은 것인가?

또 동생이 고목의 참나무를 베어 뱀들의 집을 파괴한 것이 원인이 되어 목신(木神)의

분노를 사서 죽은 것인지 또 아니면 그 땅이 원귀가 많은 음기의 땅이라 그런 것이었

는지 지금도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무리 미물이라도 그들이 살고

있는 보금자리를 무참하게 파괴하는 행위는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지라도 할

짓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