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우(雲雨)의 소설

"해명태자와 다물"의 일부 중

운우(雲雨) 2015. 11. 4. 12:48

3. 비류국 왕 송양

송양은 주몽이 동부여에서 도망쳐 나와 이곳에 오기 전 작은 나라인 비류국의 왕이었다. 주몽이 소서노를 아내로 맞이하고 그녀의 도움으로 고구려를 건국 했다고는 하나 아직 나라다운 나라는 아니었다. 주몽은 고구려를 건국하고 가끔 동부여에서 함께 온 오이, 마리, 협보 부분노와 함께 사냥을 다녔다. 주몽이 사냥을 다니는 것은 이 지역의 지형을 꿰뚫듯 알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적이 쳐들어 와도 지형지물을 이용해 적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주몽은 오이, 마리 협보, 부분노 등을 데리고 사냥을 하고 있었다. 한참 사냥감을 쫓아 오다보니 어느 강가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강물 위로 무언가 떠내려 오는 것이 있었다.

그러자 강가를 유심히 바라보던 주몽이 말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의 부하들인 오이, 마리, 협보, 부분노가 주몽을 따라 말에서 내린다. 그러자 주몽은 그들을 그 자리에 있으라고 제지한다.

“잠깐! 강가에 살펴 볼 것이 있으니 자네들은 잠깐 기다리게나.”

하고는 주몽은 강가를 향해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주몽이 강가로 내려가 자세히 보니 그것은 채소였다. 사람이 먹고 사는 채소가 강물에 떠내려 온다는 것은 강가 위 지역 어느 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채소는 강가 위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강에서 채소를 씻으며 부산물로 흘려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얘기인데 과연 어떤 나라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구나.”

하고는 일행에게 강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고 하였다.

“이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으니 어디 강을 따라 올라가 보자.”

하고는 주몽이 말을 타고 앞에 선다. 오이, 마리, 협보, 부분노는 주몽이 가자는 대로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강을 따라 골짜기를 지나고 산자락 밑에 넓은 평지가 있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제법 번듯한 궁궐이 보였다. 주몽이 세운 고구려와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이런 곳에 나라가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주몽 자신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주몽은 일행과 함께 성문 앞에 다 달았다. 주변을 둘러보던 주몽은 지나는 행인에게 물었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이곳은 어느 나라입니까?”

그러자 지나가던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이라는 듯 주몽 일행을 쳐다보고는 심드렁하게 대답을 한다.

“이 나라 사람이 아닌가 보우. 이 나라는 비류국이라고 합니다. 왕의 이름은 송양 임금이고요.”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심드렁하게 대답을 하던 사람이 비류국이라는 것과 왕의 이름이 송양이라는 것까지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나라는 작았지만 아직은 외세의 손길이 타지 않아서인지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나라였다. 그러나 주몽의 마음에는 이 나라를 고구려의 손아귀에 넣어야 되겠다는 야망이 꿈틀거렸다. 비록 작은 나라라고는 하지만 조금씩 영토를 늘려가야만 자신이 꾸는 꿈을 실현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주몽 자신이 창업한 고구려는 아직까지 나라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고구려보다 큰 나라는 쳐서 합병할 힘이 아직은 없었고 고구려보다 힘이 약한 작은 나라(小國)부터 복속 시켜 힘을 키워 가야 한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아직 힘이 약했던 주몽으로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야망의 첫 번째 대상은 비류국이라고 생각했다. 비류국이 고구려와는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작은 나라였기 때문이다. 주몽은 일행을 거느리고 비류국의 궁궐 정문에 도착해 고구려국의 왕이라 말하고 비류국 송양 왕을 만나기를 청했다. 얼마 후 송양 왕이 들어오라고 한다는 전갈이 왔다. 주몽 일행이 궁궐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꽤 넓은 궁궐이다. 주몽 일행은 관행상 그들이 지니고 있던 무기들을 비류국 군사들에게 맡기고 송양왕이 있는 집무실로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한참을 걷다 보니 송양왕의 집무실에 당도한 듯했다.

“이곳이 대왕님이 계신 곳입니다.”

안내한 사람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집무실 문이 열리며 비류국 왕인 송양이 기다리고 있었던 듯 마중을 한다.

“어서 오십시오. 비류국 왕 송양입니다. 비류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주몽이 보니 풍채가 좋아 보였고 인자해 보였지만 범접할 수 없는 구석도 있어보였다.

“이렇게 무례한 방문을 한 것 같아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사냥을 나왔다가 이곳에 이런 좋은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들렸습니다.”

“아주 잘 오셨습니다.”

의례적인 인사였지만 송양과 주몽은 서로가 자신들이 개국한 나라에 대하여 대략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송양과 주몽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속에서도 알게 모르게 팽팽한 기(氣)싸움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