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우(雲雨)의 소설

"해명태자와 다물"에서의 일부분

운우(雲雨) 2015. 4. 17. 22:55

유리왕과 해명태자(解明太子)

                                                       봉필현

1. 해명과 아란비의 첫 만남

 

넓은 초원 위를 말을 타고 세 사람이 쏜살 같이 달리고 있다. 두 사람은 이십 세를 전 후한 청년이고 또 한 사람은 아직 어린 십 육 칠 세를 넘겼을까 한 소년이었지만 신체는 건장한 청년들보다 더 컸다. 세 사람은 마상에서 어느 목표물을 향하여 활을 겨누고 있었지만 아직 화살을 날릴 것 같지는 않았다. 물체가 아직 활을 쏠 사정권 안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쫓고 있는 물체는 노루였다. 노루는 세 사람의 말이 힘차게 달리며 자신을 잡으러 온다는 낌새를 챘는지 사력을 다하여 도망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상(馬上)의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갈라져 말을 몰기 시작했다. 가운데 사람은 같은 방향을 계속 달리고 있고 양쪽의 두 사람은 벌어져 달리기 시작한다. 앞서 달리는 노루를 앞질러 포위하기 위해서였다. 노루를 포위하는 일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세 사람의 포위망에 걸린 노루는 도망가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도망할 틈이 보이질 않는다. 노루가 도망을 하려고 하면 어느새 말을 탄 세 사람이 노루의 앞을 막아서는 것이다. 노루와의 거리가 좁혀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 사람은 노루를 향하여 화살을 날린다. 화살은 동시에 활시위를 떠나고 있었다. 그러자 포위되어 도망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노루가 공중으로 붕 뜨더니 한 바퀴 구르고는 숨을 한번 크게 고르더니 몸을 부르르 떨고는 목을 푹 떨군다. 그들은 노루가 쓰러진 것을 확인 하고 말에서 내려 노루의 몸에 박힌 화살을 확인한다. 자신들이 쏜 화살 중 노루에게 치명상을 준 화살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동안 번번이 어린 소년이 졌기에 오늘은 전의를 불태우며 사냥에 임하고 있었던 것이다. 확인 결과 화살은 세 개가 모두 노루의 심장에 박혀 있었다.

“왕자님 대단하십니다.”

“오늘도 내가 또 졌는가?”.”

“아닙니다. 오늘은 왕자님의 화살이 정확히 노루의 심장에 박혔습니다. 세 사람의 화살이 똑같이 같은 곳에 박혔지만 세밀하게 보니 왕자님의 화살이 노루의 심장에 더 정확히 박혀 있습니다. 왕자님의 활 쏘는 솜씨가 하루가 다르게 늘더니 이젠 저희들을 앞지르고 말았습니다..”

“아니야. 나는 백유와 설로의 솜씨를 따라 잡으려면 아직 멀었어. 오늘은 우연하게 그렇게 되었을거야.”

“아닙니다. 왕자님은 아직 약관이신데도 왕자님처럼 강한 활을 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희들도 왕자님이 쓰는 활은 감히 당길 수 없는걸요.”

“하하하 그런가?”

이들은 고구려 유리왕의 둘째 아들인 해명왕자였고 백유라고 불린 사람과 설로라 한 사람은 해명의 심복과 같은 부하였다. 그들이 만나게 된 것은 일 년 전 고구려의 축제인 동명 무술 경연대회에 괴유와 마로가 참여하게 된 것이 동기였다. 둘은 대회에 참가하여 일찍 탈락을 하였지만 어린 나이 탓에 힘이 부쳤기 때문에 상대에게 근소한 차이로 진 것이었다. 그러나 백유의 창술은 대단한 것이었다. 백유가 창을 돌릴 때는 창과 몸이 하나로 보일 정도였다. 또 설로는 검을 잘 썼는데, 설로가 검을 휘두를 때는 검과 몸이 하나가 되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그렇게 무술경연대회에서 탈락한 그들을 무예를 즐기는 해명이 찾아가 자신의 부하로 삼은 것이었다. 그런 해명과 백유와 설로는 비록 왕자와 신하의 신분이었지만 사냥터에 나오면 늘 친구와 같이 어울려 사냥을 즐겼다.

물론 백유와 설로가 해명보다 나이가 이 삼 년 위여서 그들이 해명보다 무술을 오랜 시간 수련한 관계로 실력에서는 백유와 설로가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보다 나이가 어린 해명은 천부적으로 힘과 체력,소질은 타고났다. 무술을 깨우치는 속도가 매우 빨랐으며 나이에 비해 체격이 큰 편이었고 힘이 장사였기에 이제 그들과 대등한 위치에 섰다고 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남들은 감히 엄두도 못내는 강한 활을 쏠 수 있었다. 활이 강하면 그만큼 화살을 멀리 날릴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들은 유리명왕의 사냥에 해명의 사병으로 함께 왔던 것이었다. 고구려 군은 따로 군사적인 훈련도 하지만 보통은 사냥을 통하여 훈련을 병행하기도 했다. 즉 적군을 계곡으로 유인해 몰아넣고 동물을 활로 쏴 잡는 것과 같은 훈련을 반복 하므로 실전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곤 하는 것이다. 고구려 땅이 평지 보다는 산악 지대가 많았으므로 장애물을 이용한 전쟁에 능한 것이 고구려 군이었다. 사냥에서 잡은 노획물을 말에 실으니 해가 막 서산으로 지려하고 있었다.

"왕자님, 곧 해가 질 것 같으니 이제 그만 가시는 것이 어떨까요?"

"그렇게 해야지."

해명 일행은 사냥에서 잡은 노루 등을 말에 실고 유리명왕 일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산에서는 평지보다 어둠이 먼저 온다. 벌써 산에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고 멀리 고구려 군이 횃불을 하나 둘 밝히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해명 일행이 사냥을 하러 나온 본대로 합류하기 위해 말을 달리고 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