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우(雲雨)의 소설

2014년 계절문학 봄호 단편소설 <벽>중의 마지막 부분

운우(雲雨) 2014. 3. 30. 17:53

 

나는 선배의 전화를 끊고 잠시 그녀를 생각하며 지금의 문학계 현실을 떠올려 보았다.

마음이 정의로운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유선희 시인과 같은 마음일 것이다.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뒤는 돌아보지도 않고 무모하게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이 문단계의

개혁이란 목표를 향해 질주했던 그녀의 삶, 비록 현실의 냉엄한 벽(壁)에 부딪쳐 꿈꾸던 세상은

실현치 못하고 갔지만 그녀가 꿈꾸던 문학의 세상은 꼭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작가란 작가이기 전 사회의 공기와 같은 존재이기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일을 위하여 우리보다 먼저 살다간 사람들이 벽(壁)에 부딪쳐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가지 않았던가?

그런 일을 아무 두려움 없이 여자의 몸으로 실천에 옮긴 그녀의 정신은 높이 사야할 것이다.

사람들은 말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개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선구자들이 개혁을 꿈꾸다 벽(壁)에 막혀 실패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유선희, 그녀도 썩었다고 판단한 문학계의 개혁을 위하여 정열을 바쳤으나 그 꿈을 접어둔 채 사라져간 것이다.

과연 그녀가 새 판을 짜고 싶었던 문학계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의문 부호를 떠올려 보며 포도 한 알을 입에 넣고 깨물어 본다.

시큼하고 달척지근한 포도향이 입 안 가득 퍼져온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