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우(雲雨)의 소설

新作 <단편소설> 뿌리를 찾아서

운우(雲雨) 2017. 1. 6. 20:08

新作 <단편소설> 뿌리를 찾아서

                       봉필현

 

그러나 이모부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이모의 유방암은 더욱 악화되어가고 있었다.

병이 더 악화되어가자 이모는 이모부에게 유언과 같은 말을 했다.

“여보, 난 당신을 두고 떠나기 싫어요. 그래서 병을 이겨내고 당신과 더 행복하게 살고 싶

은데 하늘은 나에게 당신과 그만 살라고 하나 봐요.”

“여보, 그런 소리 하지 마, 당신은 꼭 일어 날거야. 그 병 이겨내고 우리 옛이야기 하며 살

자구. 흐흐흑흑.”

“저도 그러고 싶어요.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무서워요. 흐흐흑.”

“당신은 절대 나만 혼자 남겨두고 먼저 못가.”

그렇게 이모부와 이모는 애틋한 사랑을 하고 살던 부부였다.

그러나 하늘은 끝내 이모를 살려주지 않았다.

“여보, 제가 당신께 부탁이 하나 있어요.”

“뭔데? 당신이 해 달라는 것 다 해줄 테니 말해봐.”

“제가 죽으면 매장을 하지 말고 화장해 내가 어렸을 적 자주 다녔던 수천홀 우리 밭에 뿌려

주어요. 내가 살아온 시간 중 언니와 함께 엄마를 따라 다니며 그 밭에서 보냈던 기억이 가

장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서요.”

이모는 이모부의 손을 꼭 잡고 이모부에게 유언과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여보, 당신이 죽긴 왜 죽어. 죽으려면 나 먼저 보내주고 따라와. 흐흐흑”

“그러면 오죽이나 좋겠어요. 나도 그러고 싶어요. 그러나 하늘이 그걸 허락지 않으니 어떻

게 하겠어요.

나도 당신이 꾀죄죄해서 다니는 것 생각만 해도 싫은걸요. 흐흐흑.”

그렇게 두 사람이 애틋한 대화를 나눈 지 3일 만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이모가 떠나던

날은 봄이었는데 축복이라도 하듯 3월의 하얀 목련이 활짝 피어있었다. 장례는 3일장으로

지냈는데 혁진이는 동생들이 연락을 취했는데도 불구하고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나 동생들과도 연락을 끊고 살면서 아직도 자신의 뿌리인 맹씨 성(性)은 지금까지

찾지 않고 있다. 무슨 마음으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태어나 비록 고생은 했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어릴 적 고향을 찾아 이미 오랜 전에 세상을 뜬

친부(親父)의 무덤을 찾겠다고 하더니 모든 것을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내고 말았다.

그리고 끝내 자신의 뿌리도 찾지 못한 채 형제들과도 등을 돌리고 사는 혁진이 어찌 보면

불쌍하기도 했지만 자신을 친자식처럼 키워준 양부(養父)에게 불효하는 것같아 밉기도 했다.

그 후부터 혁진과 동생들은 물론 아버지와도 소식을 끊고 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후 이

모를 잃고 둘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던 이모부가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잉꼬처럼 붙어 다니며 어디를 가도 함께 다녔던 그들 부부 중 이모가 떠나니 이모부는 혼

자 살 자신이 없다며 유서 한 장 달랑 남긴 채 자살을 선택 하였던 것이다.

잉꼬부부처럼 살았던 아름다운 추억이 이모부를 더 이상 세상에 살지 못하게 했던 것 같다.

이모는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두 번째도 실패를 했지만 세 번째 만난 이모부와는 천생연

분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이 이혼을 하고 사별을 하는 것은 다 인연이 아닌 사람들이 만났기 때문

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