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우(雲雨)의 소설

<新作> 가난한 자를 위한 슈바이처의 꿈 (끝소절)

운우(雲雨) 2017. 2. 12. 20:13

<新作>가난한 자를 위한 슈바이처의 꿈 

봉필현

 

나는 아쉬움밖에 느낄 수가 없었다. 내가 대체의학이 아닌 현대의학을 배웠다면 슈바이처처럼 빈민가에서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을 위하여 평생을 받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미국이나 선진국에 가면 지금은 현대의학보다는 대체의학으로 치료하는 수가 더 많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항생제나 화학약품으로 만든 약을 복용시키지 않고 자연에서 채취한 자연식품으로 암이라든가 난치병들을 완치시키고 있다는 학설이 얼마든지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되는 일들이 한국에서만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자기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이기적인 발상들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의학 지식으로 선생님의 유업을 물려받을 수 있다면 그 뜻을 고스란히 이곳 사람들에게 전할 텐데 아쉽습니다.”

“빨리 한국에도 지도자들이 깨어서 선진국에서 실행하는 일들을 우리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보지만 막혀버린 머리를 가진 입법자들이 그런 걸 아는지 답답할 뿐이지.”

“언젠가는 지도자들이 깨어서 대체 의학이 의학으로서 인정받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그날이 오기야 하겠지만 말이 좋아 그날이지 어느 천 년에 오겠는가? 현명한 지도자가 아니면 누가 그런 방면에 관심이나 있겠나. 누가 그러는데 지금 시대를 지도자 부재의 시대라고 하는데 정말 지도자가 없는 시대가 맞는 것 같으이. 허허허.”

“왜 2차 세계대전 때는 있었던 처칠이나 드골과 같은 세계적인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그것은 기계문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 거야. 모든 것을 기계가 하여 주는 세상에서는 사람이 머리를 써서 할 일이 없으니 그만큼 머리를 쓰는 노력을 덜하기 때문이겠지. 뇌의 구조란 것이 쓰면 쓸수록 좋아지는 것인데 말이야.”

“그렇군요.”

“이제 이만하면 내 과거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는데 부족한가?”

“아닙니다. 아주 충분하게 들었습니다. 제가 배운 의학이 현대의학이었다면 선생님이 원하시는 것을 들어 드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합니다.”

“나도 자네에게 내 이야기를 하며 그 생각을 했었지. 이제 나도 나이가 너무 많아 더 이상 이 병원을 끌고 갈 힘이 없다네. 조만간 문을 닫을 예정이야. 혹 지나다 병원 간판이 없으면 문을 닫은 줄 알게.”

하고는 김형규씨와 나는 밖으로 나왔다.

“나는 피곤해 집으로 갈건 데 자네는 어디로 갈 건가?”

“네 저도 집으로 갑니다.”

“그래, 인연이 있으면 또 보세.”

하고는 앞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등이 휜 모습에서 이젠 너무도 지쳐 보였다.  걷는 것 조차도 힘들어 보였다.  축 처진 어깨가 측은해 보였지만 걸음걸이는 꽂꽂했다.한 평생을 빈민가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의사로서의 봉사만 하다  말년에 떠나는 모습이 외로워 보이는 것은 왠지 모르게 서글퍼 보였다. 아무리 이기적인 세상이라 하여도 노의사의 유업을 이을 수 있는 후계자는 있어야 했다고 나는 생각했다. 수도 미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어 공부를 시켰으나 단 한명의 후계자도 배출하지 못한 것은 그 노(老) 의사의 잘못이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찌 남을 도우며 댓가를 바라고 선(善)을 행했겠는가? 나는 그렇게 노(老) 의사와 헤어진 후 김형규씨를 뵌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얼마 후 지나다 보니 병원의 간판도 내려져 있었다. 끝내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일 것이다. 금전만능의 시대, 가난한 자를 위한 슈바이처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