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한국을 노래하다 공연을 보고....

운우(雲雨) 2016. 12. 29. 22:07

“ 한국을 노래하다“ 공연을 보고....

서막은 상여의식의 노래로 시작이 됐다.

이어서 사물놀이패의 사물놀이가 시작이 된 후 한껏 분위기를 달구어 놓고

“한국을 노래하다”의 막이 오른다.

처음엔 나 혼자라고 해서 앞줄인 VIP석을 준비해 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선씨가 와서 한명이 느니 할 수 없이 2층으로 좌석을 배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2층으로 올라가 공연을 보려니 앞좌석 보다는 분명히 거리가 멀

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후 나를 초대한 작시가 한은숙 선생이 후랫쉬를 들고 찾아 왔

다.

앞에 좌석이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1층 앞자리로 옮겨 공연을 관람을 하니 2층보다 훨씬 좋은 관람을 할 수가

있었다.

보통 가곡공연이라면 무대가 딱딱해 재미가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마련

이다.

이런 공연에 자주 가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상식적으로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을 노래하다“는 그런 상식의 틀을 완전히 깨뜨려 버리고 있었

다.

물론 처음엔 타이틀이 말하는 것과 같이 “한국을 노래하다”는 분명 맞았다.

“암사동 유적지, 아! 분청 산 빛도 물이 드네, 옛님의 숨결, 청자 예찬, 낙화

암, 한식날 아침, 솟대, 호롱, 으랏차차 윷놀이” 등 모두가 한국을 주재로

한 가곡들이 분명했다.

그러나 노래를 하는 성악가들의 복장이 파격적이었고 특히 으랏차차 윷놀이,

따로국밥과 같은 곡은 가사도 코믹하지만 그 곡을 소화하는 성악가들의 모

습에서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여기 “따로국밥”이라는 가사를 실어본다.

<따로국밥>

어느 더운 여름날 여름날이었어

어쩌다 여기서 눈이 맞았지 호호호호

내 눈에 콩깍지가 씌워지고

내 가슴은 콩당콩당 뛰고 있었지

수줍은 척 호호 불며 뜨거운 국물 먹던

그곳에 이제 남편이 된 그이와 함께 먹는

옛 맛 잊지 못해 옛 정을 잊지 못해

얼큰한 따로국밥 먹으러 갔었네

얼큰한 따로국물 정말 화끈해

오늘은 추억을 먹으러 갔었네

대구 올 때마다 먹으러 갔었네 호호호호

아릿따운 나의 처녀시절 사랑하는 그이와

먹던 그곳에 오늘도 추억으로 먹으러 갔었네대구 올 때마다 먹으러

갔었네 호호호호

아릿따운 나의 처녀시절 사랑하는 그이와 먹던 그곳에

잘 고아낸 국물 위에 갖은 양념

더 하여 부추 듬뿍 얺어 그이와 함께 먹는

옛 맛 잊지 못해 옛 정을 잊지 못해

얼큰한 따로국밥 먹으러 갔었네

얼큰한 따로국물 정말 얼큰해

보이소 아지매 국물 마이 주이소 예

(아이고 더워)

더위야 게 섰거라.

가사도 제미가 있지만 이 노래를 소화하는 성악 가수의 연기력이 더

재미있었다.

이렇게 노래가 끝날 때마다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빅수가 터져 나온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공연이 절정에 이를 무렵 한은숙 선생의 작시인 “꽃상여”가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공연이었다.

꽃상여/ 한은숙 작시/ 이연승 작곡

상여꾼의 발놀림 너울너울 춤추며

흐러가듯 집 떠나는 꽃상여라

북망산천 보내는 요령소리에 상여꾼 노래 소리 목이 메인다

작별을 고하는 상여소리여

누런 빛깔 삼베상복

짚으로 꼰 새끼줄 허리띠

굴건상복 상제들의 애고소리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슬픈 몸짓하는

열두 명의 상여꾼 어허 에고 어허 에고

바람결에 나부대는 명정과 만장에

상두꾼의 만가는 허공을 맴돈다

처마 끝에 기대어 하늘을 향해

한바탕 슬픈 몸짓 너울춤으로

요령잡이의 선소리 죽은 자에 대한

예송의 소리 희노애락 풀어 놓은 삶의 고백

후손들 편하라 에헤 달구

후손들 효심 실어 저 세상 평안 빈다

에헤 달구 에헤 달구

에헤 달구 에헤 달구

테너 강신주가 상복을 입고 나와 꽃상여를 부르니 장내가 숙연해지고

청중은 노래와 가사에 흠뻑 빠져 있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성악가수들의 배에서 우러나오는 시원한 소리가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 주는 것 같아 너무도 좋았던 공연이었다.

어제가 홍난파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70주기라 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홍난파 선생에 대한 일본 유학 때의 이야기가 있었다.

홍난파 선생은 생전에 “삼광“이라는 책을 발간했다고 한다.

문학, 음악, 미술 등을 삼광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 삼광은 예술에서는 어느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연관성이 있다는 것

이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문학을 하는 것이 새삼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비록 힘들고 주변에 말들이 많지만 언젠가는 곯은 것은 터지기 마련

이다.

곯은 곳의 고름을 짜내면 새 살이 돋아나듯이 언젠가 문학계도 깨끗

이 정화될 날이 올 것이다.

어둠이 길면 새벽빛이 더 찬란한 것처럼 그날은 찬란한 빛으로 찾아

올 것이다.

이렇게 “한국을 노래하다”는 나에게 많은 것을 던져 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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